넥슨-엔씨 경영권 분쟁, 내년 주총까지 '대화'가 관건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으로 돌입했다. 엔씨소프트의 경영참여를 성급히 시도하기 보다는 이사진의 임기가 대거 만료되는 내년을 기약하는 것 아니냐는 업계의 분석이다. 아울러 지난 27일 주주총회에서 엔씨소프트에 대한 비판을 가급적 억누르며 일정부분 상대를 배려했다는 의견도 있다.

넥슨은 지난 27일 엔씨 주주총회에 참석해 넷마블게임즈와의 상호 지분거래에 대한 불만을 명확하게 드러내면서도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재선임에 대한 찬성 입장을 유지했다.


넥슨 측 대표자로 참석한 김정욱 전무는 주주총회장에서 "최근 엔씨소프트의 투자 결정과 기업 활동에 대해 우려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넷마블과의 협업 형태가 향후 기업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 과정에서의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17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간 상호 지분거래와 관련한 구체적인 자료 공개를 요구한 것이다. 아울러 김택진 대표의 재선임 건에 대해서는 찬성 입장을 밝혔다.

넥슨의 요구사항인 이사회 진입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넥슨은 이사회 공석 발생 시 넥슨 측 인사를 선임해 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이사진이 자진 사퇴하지 않는 이상 2016년 3월 21일까지 공석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 이 시점에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는 배재현 부사장, 정진수 부사장, 박병무·오명·서윤석 이사 등이다. 5명의 임기가 한꺼번에 종료되기 때문에 엔씨소프트가 넥슨의 요구를 무시하긴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향후 1년간 양사가 화해를 위한 대화를 지속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지난 주주총회 직후 한경택 넥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합의점을 찾아가려 노력 중이라고 말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대화 가능성을 제시했다.

최악의 경우 넥슨이 임시주주총회를 요구할 가능성은 있다. 넥슨이 충분한 우호지분을 확보할 경우 엔씨소프트 이사회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해 경영권 분쟁 관련 안건에 대한 표 대결에 나설 수 있다. 상법 제366조는 지분율 3% 이상 주주의 임시 주주총회 소집 청구권을 명시하고 있어, 넥슨은 언제든지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넥슨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선 우호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엔씨소프트-넷마블 연대의 지분율은 18.79%로 넥슨(15.08%)보다 4%포인트 가량 높다. 넥슨은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 국민연금(6.88%), 노르웨이정부연기금(GPFG, 2.44%) 등 기관투자자와 지분율이 높은 개인 주주들과 접촉할 것으로 보인다.

4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이번 주총의 모든 안건에 찬성했으나, 향후 경영권 분쟁에서도 계속 엔씨의 손을 들어줄지는 미지수. 사태가 악화될 경우 관례에 따라 중립 의견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넥슨이 앞서 요구했던 전자투표제 도입 여부도 관건이다. 전자투표제가 도입될 경우 소액주주가 의사 표시를 할 수 있어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우호지분이 박빙일 경우 변수가 될 수 있다. 엔씨소프트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개인 주주는 20%대로 추정된다. 이날 주총에서 일부 개인 주주들은 김택진 대표의 경영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명한 바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김정주 넥슨 회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핫라인"이라며 "주총에서 넥슨이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고 엔씨소프트를 일정부분 배려한 것이 앞으로 긍정적인 대화를 이어가자는 신호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