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5만원권 증가 금리영향 컸다”

고액권 수요와 금리 상관관계, 주요국 고액권 수요변화 현황. /자료=한국은행

한국은행이 최근 5만원 등 고액권이 증가하게 된 원인이 금리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선 제기된 금융소득종합과세 영향은 크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31일 발표한 2014 연차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미국, 유럽, 캐나다, 일본, 스위스, 홍콩, 싱가포르 등 7개국의 금융위기 전후 고액권 수요 변화 및 영향 분서결과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물론, 주요국들도 고액권 위주의 화폐수요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은이 GDP(국내총생산), 소득, 금리 등 주요 변수를 종합 분석한 결과 최근 주요국 고액권 수요증가는 주로 금리와 소득 변수에 영향을 크게 받았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영향도 작용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5만원권 신규발생이 크게 증가하면서 고액권 수요도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2월말 현재 시중에 유통 중인 화폐는 80조3811억원(기념주화 1천211억원 제외)으로 전년대비 14조3367억원 증가했다. 시중 유통화폐가 8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종별로 특히 5만원권 증가세가 눈에 띄었다. 2월말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5만원권은 56조207억원으로 지난해 2월(43조116억원)보다 30.2%나 증가했다. 시중 화폐의 70% 이상이 5만원권인 셈이다.

5만원권은 발행 첫해인 지난 2009년 말 9조9230억원, 2010년 18조9962억원, 2011년 25조9603억원, 2012년 32조7665억원, 2013년 40조6812억원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했고 지난해 11월 사상 처음으로 50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설 연휴 등의 영향으로 올해 1월~2월 한달 사이 5만원권 발행액이 3조원 이상 늘었다.

한은 분석결과 △예금금리 변동 △장단기 금리차 △명목 GDP 증가율 △5만원권 발행 등은 고액권 수요증가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지만 금융소득종합과세 개편은 거의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2013년 소득세법을 개정해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을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대폭 낮췄다. 이에 따라 고액 자산가들의 5만원권을 현금화해서 통화유동속도(통화승수)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한은이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나상욱 한은 발권국장은 “우리나라에서 1만원권 이상 고액권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은 주요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 저금리 기조 및 금융위기 발생 등 거시경제적 요인에 더해 5만원권 신규발행이라는 제도적 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