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탄 해커, 와이파이로 조종사 대신 운전한다면

머니투데이

진달래 기자

비행기에 탄 해커가 조종 시스템에 접속해 직접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다면. 끔찍한 결과가 예상되는 가상 시나리오지만 현실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사물인터넷(IoT) 발달로 민간 항공기 안에 인터넷 네트워크가 고도화된다면 해커가 공격할 수 있는 지점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회계감사원(GAO)가 항공기와 비행 추적 시스템 개발을 시도하는 연방항공청(FAA)를 대상으로 이같은 보안 취약성을 경고했다. 시스템이 복잡하게 연결될 수록 해커가 침입할 수 있는 길도 늘어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해 시스템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GAO가 예상한 해킹 시나리오는 해커가 직접 비행기에 탄 후 노트북으로 객실 내 와이파이(Wi-Fi)에 접속해 조종석 시스템으로 진입하는 방식이다. 조종실 시스템과 객실이 IP네트워크를 공유하면서 간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종석 시스템에는 외부 침입을 박는 방화벽이 설치되어 있지만 보안전문가들은 완벽한 방화벽은 없다고 보고 있다. 객실과 조종실이 공유 IP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면 충분히 해킹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보안전문가들은 방화벽이 다른 SW(소프트웨어)와 마찬가지로 100% 보안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물론 GAO는 이러한 해킹이 쉽지는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최근 항공사와 미 연방항공국(FAA)이 항공기와 추적시스템을 인터넷 기반 기술로 현대화하는 과정이 공격자들에게 이용할 수 있는 취약점을 제공하는 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안전에 대해 이중, 삼중으로 기술을 담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GAO는"현대 항공기는 점점 더 인터넷과 연결된다"며 "이러한 상호연결성으로 인해 항공 조정시스템에 승인 받지 않은 (해커의) 접근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FAA가 방대한 컴퓨터망과 통신시스템으로 각국 기관과도 연결된 만큼 이상 접근을 탐지하고 바로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

국내 보안업계에서도 IoT 환경이 구축되면서 비슷한 문제들이 항공 뿐 아니라 곳곳에서 벌어질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기기간 네트워크 연결이 촘촘해지면서 해커에게는 공격 기회가 더 많아지는 셈이기 때문. 때문에 향후 IoT 제품을 제조하는 단계부터 보안 기술을 철저하게 담아낼 수 있는 기술 개발과 표준 정립 등이 활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