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인데" 웨이퍼업체 'LG실트론' 2년째 적자 왜?

LG실트론 웨이퍼 제품 사진/사진제공=LG실트론 홈페이지

반도체 산업이 호황을 맞고 있지만 반도체의 기초소재로 쓰이는 실리콘 웨이퍼 생산업체 LG실트론이 2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웨이퍼 시장의 공급 초과 현상이 이어진데다 일본의 메이저 업체들이 엔저 효과에 힘입어 점유율을 키우면서 국내 업체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LG그룹 계열 비상장사인 LG실트론(연결 기준)은 지난해 7806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8503억원)보다 8.2% 줄었고, 34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2년 만해도 108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LG실트론은 2013년 18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하더니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LG실트론은 2013년 솔라(태양광) 실리콘 웨이퍼 사업과 사파이어 웨이퍼 사업을 중단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실적 개선은 여의치 않았다.

따라서 최근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DS부문)와 SK하이닉스 (177,800원 ▲7,200 +4.22%)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는 등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에 필수로 쓰이는 재료인 웨이퍼 생산 업체의 실적이 악화된데 궁금증이 나오고 있다.


일단 주원인은 지난해 웨이퍼의 수요보다 공급이 초과됐기 때문이다. LG실트론 측은 "반도체용 웨이퍼 시장의 수요 증가로 주요 반도체용 웨이퍼 제조업체들의 가동률은 상승했지만 여전히 시장의 공급 초과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업체 간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재 웨이퍼 산업은 일본 메이저 업체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데 엔저 효과로 인해 국내 업체가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실제 '신에츠(Shin-Etsu)'와 '섬코(Sumco)' 등 일본의 두 메이저 웨이퍼 업체가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과점 형태를 띠고 있어 엔저의 타격이 컸다.

올해에도 확연한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단기간 안에 실질적인 수요증가를 기대하기 어렵고 기존에 시장을 이끌던 모바일 기기들도 점차 범용제품(commodity)화 되면서 성장 정체와 판가 하락 이슈에 직면하고 있어서다. 다만 LG실트론 관계자는 "작년까지는 재고 물량이 많은 편이었다"며 "수급조절을 통해 올해 수익성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실트론은 지난해 주요 주주간의 맞소송전으로 내홍을 겪으며 내우외환을 겪고 있기도 하다. 2007년 LG실트론에 투자해 지분 19.4%를 보유한 보고펀드는 지난해 7월 '인수금융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냈다. 기대했던 상장이 번번이 무산되면서다.

이후 보고펀드는 지분 51%를 보유한 최대주주 LG측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LG측도 보고펀드에 대해 배임강요 및 명예훼손으로 맞소송을 내 법원에 계류 중인 상태다. 일본계 금융그룹 '오릭스' 등이 현재 보고펀드 보유지분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예정현 LG생명과학 CFO(최고재무책임자)가 지난달 18일 기타 비상무이사에서 물러나고 윤헌수 ㈜LG 시너지팀 상무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로써 기타 비상무이사에는 윤 상무와 김인석 ㈜LG 경영관리(전자)팀장, 우등 KTB 프라이빗에쿼티 투자전략본부장, 변양호 전 보고펀드 공동대표 등으로 구성됐다.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는 기존대로 변영삼 사장과 송인섭 CFO가 각각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