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상위 10위 1Q 성적표보니 "전분기보다 수익성 개선"

국내 대표기업들의 올 1분기 매출 외형은 전 분기보다 줄었지만 수익성은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에 비해선 매출·영업이익 모두 감소했는데 환율 등 외부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머니투데이가 시가총액 상위 30개 종목 가운데 이날까지 올 1분기 성적표를 낸 상위 10개 기업(금융·공기업 제외)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전체 매출액이 127조4534억원으로 집계돼 전 분기에 비해 10.4% 줄었지만 전체 영업이익은 12조3425억원으로 1.6% 소폭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분기에 비해선 매출이 5% 줄고 영업이익도 14.1% 급감했다.


분석 대상 기업은 삼성전자·현대차·SK하이닉스·현대모비스·포스코·기아차·LG화학·LG생활건강·LG디스플레이·삼성물산 등 10곳이었다.

◇車업종 '환율악재' 영향 직격탄…건설도 '쇼크' 1분기는 전통적으로 전자업종 등의 비수기이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글로벌 환율 전쟁' 여파가 컸다는 분석이다. 특히 자동차 업종이 직격탄을 제대로 맞았다.

유로화와 신흥국 통화 약세로 수출제품의 수익성이 준 데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유럽과 일본 완성차 업체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낮아졌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 1분기 원/유로 평균 환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4% 떨어졌고, 러시아 루블화와 브라질 헤알화 환율도 각각 40.9%, 16%씩 급락했다. 이에 따라 환산 매출과 이익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시가총액 2위인 현대차는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3.3%, 18.1% 줄었다. 기아차도 같은 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6.3%, 30.5% 급감했다.

삼성물산도 건설업 불황으로 실적 쇼크를 겪었다. 삼성물산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5.6%, 57.7% 급락했다. 철강 대표주인 포스코도 올 1분기 매출이 전년대비 2.2% 소폭 줄고 영업이익은 그대로였는데 이는 건설부문의 부진이 상당부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 1Q 영업익, 현대차보다 높아= 그나마 전자업종이 타 업종의 부진을 상쇄한 모습이었다. 지난해 중국 저가 스마트폰 공세로 실적악화를 겪던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에 비해 11.5% 뛰면서 본격적인 V자 반등의 서막을 알렸다.

특히 SK하이닉스 (177,800원 ▲7,200 +4.22%)(반도체)와 LG디스플레이 (10,320원 ▲40 +0.39%)(패널) 등 주요 전자 부품 기업들이 비수기 악재를 뚫고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선방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690% 가까이 급등했고, 하이닉스도 50% 뛰었다.

이밖에 화장품·생활용품 기업인 LG생활건강 (392,000원 ▲16,500 +4.39%)도 호실적을 보였다. LG생건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기에 비해 60% 급증하며 사상 최대 분기실적을 거뒀다.

한편 한국 산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꼽히던 '삼성전자+현대차 쏠림 현상'도 다소 완화되는 흐름이다.

◇'삼성전자+현대차', 투톱 쏠림현상 완화됐지만...=삼성전자와 현대차 '투톱'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지난해 1분기 56.1%였지만 올 1분기에는 53.3% 로 줄었다. 또 영업이익 비중도 지난해 1분기 72.6%에서 올 1분기 60.7%로 낮아졌다.

다만 문제는 다른 업종들의 성장에 따른 발전적 결과가 아니라 투톱의 실적이 쪼그라들면서 비중이 작아진 것이라는 데 있다. 특히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던 삼성전자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전을 하면서 이 같은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환율 등 외부적인 요인이 많이 작용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위기를 뚫을 수 있는 자구 노력을 계속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