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통화국 돈풀기에 선제적 방어나선 'ASEAN+3'

/사진=ASEAN+3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의 공동 취재단

3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개최된 ASEAN+3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는 미국 등 주요 기축통화국의 대규모 양적완화에 따른 파급효과를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조치가 주로 논의됐다.

ASEAN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3개국(ASEAN+3)은 역내 기구 차원의 거시건전성 조치 및 자본이동 관리방안에 대한 상위원칙을 마련했다.

이 원칙은 거시건전성 조치 운영에 대한 대략적인 지침을 담고 있는 참고서 성격으로 각국 정책을 구속하지는 않는다. 다만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국경간 자본이동 변동성 확대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ASEAN+3 역내 정책담당자들은 선제적인 위험관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ASEAN+3는 합의문을 통해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과 공공·민간부문 부채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자본유출에 따른 시장변동성 확대와 자산가격 하락 가능성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예상치 못한 저유가가 대부분의 경제에 혜택을 주고 있으나 앞으로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ASEAN+3 가입국들은 선진국 통화정책이 상반된 기조를 보이고,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경제상황에서 역내 경제가 적절한 완화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소통하자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번 원칙 확립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아세안 국가들의 변동성 확대의 경험이 충분히 공유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앞서 2013년 6월 이른바 ‘버냉키 쇼크’로 불리는 미국의 양적완화 중단선언으로 신흥국 통화 인덱스는 달러대비 단기간 32.5%나 폭락했고, 금융시장에서 달러화가 급속도로 빠져나가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ASEAN+3 가입국들은 각국의 구조개혁 성공사례와 향후 추진과제를 공유했다. 중국의 거시건전성 체계, 인터넷뱅킹 활성화, 위안화의 국제적 활용도 제고가 제시됐고 일본의 전기산업 개혁안, 기업지배구조 개선방안, 인도네시아의 위기 이후 은행규제 개혁 및 경상수지 적자 개선방안 등이 거론됐다.

이밖에도 ASEAN+3 가입국들은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M) 긴급지원제도 평가항목을 개선하고 유동성 지원 모의훈련의 현실성을 높이기로 했다. 역내 금융감시기구(AMRO)의 국제기구화를 위한 부소장급 고위직 신설도 추진된다. 실제 위기발생시 CMIM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관련 기구가 협력방안도 논의됐다. 주요국 통화스왑을 무역결제로 활용하는 방안도 한국, 중국, 인도네시아 3개국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된다.

이번 회의와 관련해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존의 사후 위기대응 방식에 초점을 맞춘 ASEAN+3 금융협력을 사전적 위기예방으로 진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