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핀테크 지분규제 완화 '환영' 투자확대는 '글쎄'

김지영 디자이너

은행이 핀테크기업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는 길이 열림에 따라 은행들의 핀테크 기업 지분 투자가 크게 늘어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하지만 정부의 금융권 핀테크 투자 독려 방침에도 은행들은 당장 투자를 늘리기 쉽지 않다는 반응이 우세했다. 리스크를 엄격히 관리하는 은행 특성상 핀테크기업 인수에 대한 절차적 제약이 크고 시장을 선도할 기술력을 가진 매력적 투자 대상이 드물다는 점에서 위험이 큰 지분 투자보다 협업·제휴 쪽으로 여전히 무게를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열린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은행이 핀테크기업에 한해 지분투자 15% 제한 규정을 초과해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핀테크 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예외가 허용되는 핀테크 업종은 △전자금융업(전자지급결제대행, 직·선불 전자지급수단 발행·관리) △전자금융보조업(밴, 정보시스템 운영) △금융전산업(프로그램 제공·관리, 전산시스템 판매·임대, 자료중계·처리 부가통신업무) △금융데이터 분석(신용정보 분석·개발, 빅데이터 개발) △금융소프트웨어 개발(금융모바일앱, 인터넷뱅킹, 금융보안) △금융플랫폼 운영(회원제 증권정보 제공 등) 등이다.

정부가 규제완화에 나서자 은행들은 이를 환영했지만 투자확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국내은행들의 경우 최근 경쟁적으로 핀테크지원센터 등을 출범했지만 지분투자보다는 핀테크기업과 제휴를 논의하거나 대출 상담을 하는 '소극적 대응에만 나서고 있다.

A은행 스마트금융 관계자는 "(지분소유 제한 완화가)큰 틀에서 맞는 방향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이러한 기회를 살릴 수 있을지 여부를 검토해볼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은행의 핀테크기업 직접 투자가 늘어나는 계기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아직 투자할만한 핀테크 기업이 드물 뿐만 아니라 금융회사 스스로 경쟁력 있는 업체를 선별·평가할 프로세스 등 투자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은행들이 당장 투자를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B은행 스마트금융 관계자도 "은행들이 핀테크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는 반드시 15% 지분투자 제한 뿐만은 아니다"며 "만약 은행이 투자할 의지가 있고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있다면 현재 15% 지분제한 하에서도 투자하는 은행이 나왔어야 하지만 실제 투자한 은행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이 핀테크 기업을 인수하면 시장 전체가 아닌 자기 은행으로만 시장이 국한되는 맹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은행이 직접 핀테크기업 지분을 인수하는 것이 큰 이익이 수반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사회 등 복잡한 내부 승인 절차를 거쳐야하는 점에서 현실적 제약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은행들은 대규모 펀드를 구성해 지분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이는 규제가 많은 국내 여건과 다른 측면이 많다"며 "핀테크 기업들도 협업이나 제휴 요청은 많이 들어오지만 지분 투자를 해달라는 요청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C은행 스마트금융 관계자도 "여러 국내 핀테크 기업들과 접촉 중이지만 향후 기술 개발의 방향 등에서 꼭 맞는 공감대를 이루는 기업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지분 투자에 나서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와관련, 은행들이 최근 연이어 선보이는 핀테크 서비스 역시 핀테크기업 인수나 지분투자 보다 제휴를 통한 것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NH농협은행이 이날 SK플래닛과 제휴해 간편결제서비스 페이핀 서비스를 선보였고, 국민·우리·하나·기업·부산 등도 IT기업과 제휴를 통해 간편결제 등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