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인구 90%가 無계좌…2억명이 잠재고객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인도네시아 국기

인도네시아에서 영업 중인 은행은 120여개다. 경제활동 인구 대부분이 복수의 은행 계좌를 보유한 한국과 달리 인도네시아는 은행 이용율이 30%대에 불과히지만, 수도 자카르타가 위치한 자바섬을 비롯해 수마트라섬·술라웨시·칼리만탄·몰루카제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모인 나라인 탓에 각 지역마다 뿌리내린 크고 작은 은행들이 많다.

인도네시아 금융산업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은 이처럼 비대한 은행산업의 구조조정을 강력히 원해 왔다. 지난 2013년 1월 문을 연 역사가 짧은 부처지만, 금융산업 감독 강화를 위한 인도네시아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대표한다.

OJK는 로컬은행은 물론 외국계 은행을 상대로 강력한 통제력을 발휘한다. 일례로 각 은행의 임직원으로 부임하기 위해선 반드시 인터뷰를 거쳐야 하는데, 외국계 은행의 외국인 임직원이라면 그 강도는 상상 이상이다. 과거 한국계 은행에 부임할 예정이었던 몇몇 임원들도 본사의 인사발령이 난 후 OJK의 인터뷰에서 탈락, 자리를 공석으로 비워두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 인도네시아 당국의 외국계 은행에 대한 대표적 규제는 현지법인 설립을 위해서는 반드시 현지 자본과 합작해야 한다는 것. 외국 자본은 은행의 100% 지분을 취득할 수 없다. 은행의 경영진과 이사회도 절반 이상을 인도네시아인으로 구성해야 한다. 외국 자본이 인도네시아 국익에 반하는 결정을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도록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외국인 직원의 숫자 제한도 강력하다. 우리소다라은행 2000여명의 직원 중 한국인은 14명, 하나·외환은행도 700여명의 직원 중 14명만 한국인이다. 이들도 합병 작업이 완료되는 수년 내에는 7명 안팎으로 줄어든다.

이처럼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국내 은행들이 인도네시아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그만큼 금융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매년 '위기'의 신호가 거듭되면서도 꾸준히 6%대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인구 2억 5000만명 중 90%에 해당하는 2억여명은 여전히 은행과 거래를 하지 않고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들이 모두 잠재적 신규 고객이 될 수 있다. 또 국내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은 1% 후반대까지 좁혀진 반면 인도네시아는 여전히 4~5%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