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2%대로 내릴까…한은 7월 수정 경제전망 '고심'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6월 금융통화위원회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최근 국내외 투자은행, 연구기관들이 줄줄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대로 하향 조정한 가운데 오는 9일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는 한국은행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오는 9일 7월 수정 경제전망 발표를 앞두고 조사국, 경제통계국 등 관련 실무부서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물가상승률 예상경로 전망에 대한 막바지 조율작업을 진행 중이다.

◇ 한은이 보는 메르스 경제충격은?= 한은 내부적으로는 수출부진 장기화 현상과 이번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따른 내수충격을 고려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낮춰야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1.5%로 내린 6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다수의 금통위원들은 이런 경제인식을 나타냈다.

이주열 총재도 6월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메르스 사태가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4월 전망한 성장경로에 하방리스크가 커졌다”며 7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하향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외부의 시선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메르스에 따른 내수충격이 심각하다는 인식 하에 ‘심리적 마지노선’인 3% 밑으로 전망치를 낮춰잡고 있다.

가장 최근 발표한 한국경제연구원은 2.7%로 종전보다 0.7%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8%, 하나금융연구소은 2.7%를 예상했다. LG경제연구원도 3.0%으로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지만 이는 메르스 사태가 본격화되기 직전이어서 추가 하향 조정을 검토 중이다.

KDI(한국개발연구원)은 올해 성장률 3.0%를 예상했다. 연내 1~2차례 추가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가정했으나 메르스 사태는 감안하지 않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3.0%를 전망했지만 22조원의 추경(추가경정예산)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2.6%까지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흐름을 감안하면 한은도 현실성을 고려해 2%대 후반으로 성장률을 낮출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한은이 7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2.8~2.9% 수준으로 현실적인 성장률 전망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메르스 사태를 감안해도 3% 성장률을 지켜낼 것으로 본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말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성장률을 3.1%로 제시했다. ‘3%대 성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셈이다. 이는 ‘15조원+α’ 규모의 추경편성 효과를 감안한 것이다.

이처럼 주요 경제연구기관들과 정부의 예상이 엇갈린 가운데 중심을 잡아야될 한은도 '조정 폭'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3%대를 유지할 경우 낙관적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고 반대로 2%대로 낮추면 하반기 경기회복세가 약하다는 인식을 줄 수 있어서다. 특히 한은이 보는 성장과 물가 예상경로는 향후 금리정책과 직결돼 시장 파급력이 상당히 크다는 점도 부담이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 정부 추경효과 반영될 듯…물가전망 더 내릴지도 관심= 한은도 이번 메르스 사태로 소비관련 지표가 상당히 꺾였다고 본다. 특히 메르스 확진자 수가 급증한 6월 1~2주차는 중국인 관광객이 발길을 끊고, 내국인들도 외부활동을 자제하면서 급속도로 소비지표가 악화됐다.

관건은 지속성인데 6월 3주차 이후 지표를 감안하면 희망도 엿보인다. 전년대비 대폭 감소했던 백화점, 대형마트, 영화관 등 여가시설 매출 등 소비지표가 1~2주차와 비교해선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24일 경제동향간담회에서 “6월 1~2주차보다 3주차 소비관련 지표가 다소 개선된 것을 감안하면 메르스에 따른 소비위축이 점차 수그러드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한은은 이번 경제전망에 정부 추경편성 효과를 감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정부 추경이 확실시되므로 7월 수정 경제전망에는 추경편성에 따른 경제효과도 반영될 것”이라며 “메르스 사태 추이에 따른 소비관련 지표 변동성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이 이번 수정 경제전망에서 기존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할지도 관심사다. 한은은 하반기 유가상승을 고려해 0.9%로 예상했지만 정부는 0.7%를 예상하면서 이보다 더 낮췄다. 일부 금통위원은 물가상승률을 추가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