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에 '심쿵'"…'K컬쳐' 넘어 미용·음식 'K산업'으로

/사진=진달래 기자

"반해, 반해, 버렸어요."

수십명의 10대들이 한국 걸그룹 AOA 최신곡 '심쿵해'에 맞춰 군무를 춘다. 지켜보던 100여명이 넘는 관람객은 핵심 안무가 나올 때마다 환호성을 지른다. 이들의 인종, 성별, 연령은 다양하다. 좋아하는 가수들의 음악을 듣고 같이 춤추고 노래하는 것이 미국 10대들이 K-POP(K팝)을 즐기는 법이다.


미국 현지시간 지난달 31일부터 로스앤젤레스(LA) LA컨벤션센터와 스테이플즈센터에서 사흘간 열리는 'KCON(케이콘) 2015 USA' 현장 모습이다. 이번 행사 참석인원은 총 5만5000여명. CJ그룹이 4년째 진행해 온 이래 최대 규모로, 지난해 대비 3배가 넘는다.

"샌디에이고에서 LA로 친구 두 명과 같이 왔죠. 그룹 샤이니를 좋아하면서 K팝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이틀 공연을 모두 보려고 티켓을 샀는데 공연 전 행사들도 정말 재미있네요." (댈라니 올든버그·17세)

팬클럽 모임부터 각종 안무 대회까지 콘서트 전부터 스테이플즈센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1~2일(현지시간) 이틀간 진행된 콘서트에는 슈퍼주니어, 씨스타, GOT7, 로이킴, 몬스타X, 신화, 블락비, AOA, 레드벨벳, 자이언T&크러시 등 인기 가수가 총 출동했다. 약 1만5000석 규모 공연장 표는 현장 판매 표를 제외하고 일찌감치 매진됐다.


◇음악부터 화장품까지…'KCON', K컬쳐 총집합

K팝 한류로 시작된 KCON은 더이상 단순한 콘서트가 아니다.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소통하고 같이 즐기는 거대한 축제다. K팝 관련 산업인 드라마, 미용, 음식 등을 소개하는 공간이 컨벤션 중심을 차지한 점도 눈에 띄었다. CJ는 한국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한류 컨벤션'이라고 KCON을 소개했다.

관람객들은 비빔밥 만들기를 체험하는 'K-푸드 쿠킹 클래스', 한국 화장법과 패션을 배우는 '스타일링 클래스' 등 참여형 부대 행사장에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걸그룹 시스타 멤버 소유가 참석한 미용 프로그램 '겟잇뷰티' 시연에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시연장을 중심으로 화장품, 속눈썹 연장기기, 고데기까지 'K뷰티'로 한국 미용제품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각종 전시공간이 젊은 여성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안젤라 킬로렌 CJ E&M 아메리카 CMO는 "각 분야별 행사는 많지만 콘서트부터 산업까지 붙여서 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지금 시대에 맞는 마케팅 방법으로 행사가 끝나도 관계자간 지속적인 교류의 장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CJ E&M

◇문화를 넘어 'K산업'으로…경제 이끄는 KCON

KCON은 지난해부터 'K컬쳐' 벽을 뛰어넘고 있다. 'K(한국)'라는 이름 아래 모든 산업이 총집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해가고 있는 것. 중소기업청, 대중소기업협력재단과 손잡고 각 분야 중소기업 40개가 올해도 KCON에 전시부스를 차렸다.

올해는 현지 바이어 대상 B2B 수출상담회를 진행하는 동시에 '비즈니스 컨퍼런스'도 개최해 실질적인 결과를 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했다. 지난 4월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KCON 2015 Japan'에 참여한 중소기업도 95% 이상 재참가 의사를 밝히는 등 반응도 좋다.

일본에 이어 LA에도 참석한 김은정 이제이쥬얼리 대표는 "개인 고객과 바이어를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것이 KCON 강점"이라며 "바이어들이 개인고객들의 반응을 보고, 예상보다 빠르게 계약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2, 3년은 예상했던 본 계약 과정이 단축되면서 올해 이미 수출을 한 차례 진행했다.

이제이쥬얼리의 대표 상품은 목, 팔 등에 착용했을때 시원해지는 액세서리 '봉봉데떼(프랑스어 '여름사탕')'로 LA 현지에서 계약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 대표는 "봉봉데떼는 비슷한 류의 제품에 익숙한 일본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낯선 제품"이라며 "그럼에도 이번 KCON을 통해 홈쇼핑 업체, 온라인 유통업체 등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은정 이제이쥬얼리 대표/사진=진달래기자

이정화 대중소기업협력재단 본부장은 "CJ와 함께 총 10억원 정도 규모로 행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KCON에서 만남을 계기로 2, 3년 후 계약할 수도 있고, 꾸준히 참여하다보면 실질적인 마케팅 효과도 커질 것"이라며 "(투자 대비) 효과를 10배까지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CJ "올해 뉴욕 첫 진출…KCON 확대 검토"

이번 KCON에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진행하는 'K-ICT' 관련 부스도 14개 마련됐다. 산하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기술 지원하는 스마트골프, 가상현실(VR)을 이용한 옷장, 운동 등 다양한 디지털콘텐츠 기업이 참여했다.

CJ그룹은 지난 4월 일본 도쿄와 이번달 미국(LA, 뉴욕)에서 세차례에 걸쳐 열린 'KCON 2015'의 경제적 가치가 5500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2800억원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총 방문고객 8만5000여명을 기준으로 홍보, 수출 성과, 관광객 유발 효과 등을 감안했다.

신형관 CJ E&M 상무는 "한류 기반이 되는 K팝의 주 수요층이 10, 20대로 구매력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오히려 미성년자도 스트레스를 풀고 즐기는 가족 단위 이벤트로 확장할 수 있다"며 "올해 처음 하는 뉴욕 행사 결과를 보고 기간, 규모, 지역 등 KCON을 확대할 수 있을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