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질병 보상에 1000억 기금 조성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가 반도체 사업장 질병 보상과 관련해 1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보상금 지급과 예방활동 등에 쓰기로 했다.

다만 조정위원회가 제안한 사단법인(공익법인) 설립은 신속한 보상을 이유로 거부했다.

삼성전자는 3일 '조정위원회 권고안에 대한 삼성전자 입장'을 내놓고 이같이 밝혔다.

우선 1000억원의 사내 기금을 조성한다. 기금은 △반도체산업 안전보건 증진을 위한 연구 조사 △반도체 중소기업 산업안전보건컨설팅 △반도체 산업안전보건전문가 양성 △해외 사례 조사 △기타 반도체 산업 안전 보건 향상을 위해 필요한 사업 등에 쓰인다.

하지만 조정위가 권고한 사단법인 설립은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법인을 설립하고 그 법인을 통해 보상을 실시하려면 또다시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기금을 조성하면 법인 설립에 따르는 절차 없이도 신속하게 보상을 집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상 대상에는 상주 협력사 퇴직자도 포함키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무리 상주 협력사라고 해도 저희 회사 소속이 아닌 분들까지 포함하는 것은 현행 법체계와 충돌 우려가 있어 고심이 많았다"며 "하지만 사회적 부조라는 인도적 관점에서 상시 근무한 상주 협력사 퇴직자에 대해서는 삼성전자 퇴직자와 동일한 원칙과 기준을 적용해 보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보상 대상자는 2011년1월1일 이전에 삼성전자(상주 협력사)에 입사해 반도체와 LCD(액정표시장치) 생산 등 작업공정, 관련시설의 설치 정비·수리 업무를 1년 이상 수행하다가 1996년 이후 퇴직한 사람으로 정했다.

질병은 조정위가 제시한 혈액암 등 7개 병종과 5개 질병군, 12개 항목에서 유산·불임 군을 제외한 11개 항목을 대상으로 한다. 퇴직 후 발병 시기는 최대 10년으로 잡았다.

이밖에 외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종합진단팀을 구성하고 예방대책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조정위 권고안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고 근로자들의 건강권 증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사과문도 작성해 발표할 것"이라며 "모든 약속을 신속하게 실천해나가는 과정에서 가족들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고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