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 부진에…IPO 미루는 비상장 게임업체

모바일 게임사가 최근 주력 게임 노후화와 유통 수명 단축으로 부진한 실적을 보이면서 IPO(기업공개)를 준비하는 후발 기업들에게 악영향을 주고 있다. 후발 기업들은 라인업 확대를 위해 IPO를 미루거나, 기업가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쿠키런'으로 유명한 데브시스터즈 (56,300원 ▲200 +0.36%)는 2분기 매출 55억원, 영업손실 1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상장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주력 게임인 쿠키런의 노후화로 이용자가 감소하면서 매출이 전분기 보다 17.1%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말 개발 중인 '쿠키런2'가 나오기까지 실적 개선은 힘들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이다.

주력 게임이 부진하자 기업가치도 함께 떨어졌다. 상장 당시 6650억원에 달했던 시가총액은 계속 떨어져 최근 절반에도 못미치는 3200억원대로 떨어졌다. 상장 첫날 기록했던 종가(6만1000원)를 한 번도 넘어서지 못했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애니팡'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선데이토즈 (9,630원 ▼160 -1.63%)도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선데이토즈의 2분기 실적은 매출 202억원, 영업이익 66억원으로 각각 전분기보다 22.3%, 34.6% 감소했다. 애니팡 이후 '애니팡2', '애니팡 사천성' 등을 출시했으나 애니팡 만큼의 인기를 얻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2만2000원대를 기록했던 주가는 지난 5월 1만3000원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1만6000원대를 회복했다.


기존 모바일 게임사들이 주식 시장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자 IPO를 추진 중인 동종 기업들이 상장을 미루거나 기업가치가 낮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력 게임이 매출이 떨어지자 주가가 함께 하락하고 있다"며 "게임 유통 수명이 1년에서 6개월 정도로 짧아지면서 단일 게임의 의존도가 높을 수록 기업가치 하락의 위험성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3분기 상장을 준비했던 넷마블엔투와 넷마블몬스터는 상장 시점을 연말 신작 게임 출시 이후로 미뤘다. 두 게임사 모두 각각 '모두의 마블', '몬스터길들이'가 매출의 대부분이다. 이들은 상장을 미뤄 신작 출시를 통해 추가적인 라인업을 확보한 뒤 상장하겠다는 계획이다. 넷마블엔투는 연말 '디즈니 버전 모두의 마블'과 중국 진출을 목표로 개발한 게임을 출시한 후 IPO를 진행할 계획이다.

KB제4호스팩과 합병 상장을 준비 중인 액션스퀘어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액션스퀘어는 지난해 4월 출시한 '블레이드'가 매출의 10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블레이드의 수명이 예상보다 빨리 단축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매출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75억원을 기록했던 매출은 올해 1분기 29억5000만원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고, 같은 기간 순이익은 14억원으로 74% 줄었다. 순이익이 줄면서 올해 예상순이익도 낮아졌다. 지난 3월 합병 발표 때 257억원이었던 2015년 예상순이익은 수정을 거듭해 최근 149억원으로 100억원이상 감소했다. 기업가치는 주당 4만4484원에서 3만9493원으로 떨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액션스퀘어의 경우 기업가치 평가를 동종 업계 비교가 아닌 향후 예상 순이익을 기초로 한다"며 "올해 예상 순이익이 감소하면서 기업가치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모바일 게임사가 부진을 거듭하고 있어 10월 상장 이후 후속작이 나와야 제대로된 기업가치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