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좋아하니까 하나투어 입사하고싶다고?

하나투어는 상품기획/개발, IT개발/기획, 영업기획, 전략/기획/관리 이렇게 총 4개의 직무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기존에 이 칼럼에서 다루었던 다른 기업에 비해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 있지만, 여행업계에 대한 구직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한 번 다뤄보면 좋을 것 같아 선정했다. 게다가 최근에 하나투어의 컨소시엄인 에스엠면세점이 서울 시내면세점으로 선정됨에 따라 강력한 성장동력을 얻게 되어서 전망도 상당히 밝은 기업이다.

여행업계에 입사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여행'을 좋아한다. 당연한 말 같지만 철강업계를 가는 사람이 반드시 철강을 좋아하는 것만은 아니고, 조선업계를 가는 사람이 반드시 조선을 좋아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상기해보면, 이는 취업할 때의 하나의 특징이 된다. 직무보다 산업이 앞서는 몇몇 업계들이 바로 패션, 엔터테인먼트, 뷰티, 여행업계 같은 곳이다.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은 그렇게 산업의 매력도가 높은 곳일수록 연봉은 박하다는 사실이다. 그 일을 하는 것만으로 즐거움을 찾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연봉으로 사람들을 잡아둘 필요가 없어서인 것 같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여행업은 그런 성향이 심한 편이다. 재벌닷컴이 작년 기준으로 업계의 평균연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자동차 업종이 평균 8282만원을 나타내면서 1위를 지켰고, 여행업계는 40개 업종 중 꼴찌로 3322만원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꼴찌 순위는 매년 부동이라는 사실도 같이 덧붙였다.

여행업계에서 일하고자 하는 이들은 외국여행을 자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다른 업계보다 그런 기회가 많은 편이지만 직무에 따라 차이가 커서 원한다고 자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나마 상품기획/개발 직무는 여행이 업무의 필수조건이기 때문에 이 직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겠다. 하나투어 자소서 문항의 특징은 1~4문항까지는 공통이고 마지막 다섯 번째 문항이 직무별로 다르다.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1번 문항 : 관광산업 자체에 끌리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지원자들이 할 이야기는 적지 않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고, 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이나 사건들이 여행업계에 대한 관심으로 연계되는 일은 흔한 일이다. 그래서 오히려 이 부분에 대한 동기는 너무 뻔할 것 같은 걱정이 든다.


차별화를 위해서 개인적인 동기 말고 산업적인 동기를 이야기하면 어떨까 싶다. 여행을 좋아하고 그 산업에 종사하려는 이유들이 대부분 개인적인 경험과 여행에 대한 호감에서 기인하는데, 산업의 미래와 비전을 보고 이 일에 뛰어들게 됐다는 식으로 조금 거시적으로 보고 장기근속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는 형식의 동기를 쓰자는 말이다.

생각보다 일이 어렵고 성수기에는 상상이상으로 바쁜 근무환경 때문인지 여행업계의 근속연수는 매우 짧은 편이다. 오래 일할수록 여행에 대한 낭만만으로는 비즈니스의 어려움이 상쇄가 안 된다는 얘기다. 그런 상황에서 미래 비전이 뚜렷하면 눈앞의 어려움을 견뎌내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이런 부분을 어필한다면 확연히 눈에 띄는 지원동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산업적인 비전이 있기 때문에 '왜 하나투어이어야 하는지' 이유도 설명할 수 있다. 동종업계에서 손꼽히는 기업인데다가 최근 면세점 사업 등 다양하게 신사업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비전 면에서는 어디에도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2번 문항 : 1번의 문항과 연결되는데, 자신이 하나투어의 공채사원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하나투어가 업계에서 더 발전해 가고 싶으면 여행업에 대한 비전이 확실하고 장래에 대한 설계가 뚜렷한 자신을 뽑아야 한다’는 식으로 서술해야 한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기 때문에 자신이 여행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하나투어가 그 사람을 뽑을 이유는 안 되는 것이다.

여행업에 대한 뚜렷한 확신과 그에 따른 실천 플랜이 있기 때문에 장기근속에 대한 의지가 뚜렷한 사람이라는 것이 하나투어 측에 각인되어야 ‘이 친구와 일하면 조금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회사가 발전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3번 문항 : 여행업의 위기와 기회는 최근에는 주로 중국으로부터 오는 것 같다. 그래서 아마 지원자들의 절반 이상은 중국 관광객에 대한 이야기로 채울 것이다. 메르스 같은 전염병에 대한 방역체계 같은 것도 어느 정도 이야기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차별화에 대한 열망이 있다면 이렇게 남들 할 만한 이야기 말고, 조금 더 거시적인 시각으로 여행업계를 바라보는 것이 좋겠다.

차이나 쇼크로 인해 촉발된 환율변화가 심상치 않고 그런 부분이 국제적인 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나름 생각해보고, 그 안에서의 여행업계가 나아갈 바를 제시한다면 조금은 거시적인 시각에서 서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냥 앉은 자리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여행업계의 기회와 위기를 쓰지 말고 국제정세와 경기 등을 분석해보고 그 안에서 여행 자체가 아니라 여행산업으로서의 위치를 공부한 다음에 작성하라는 말이다.

▶4번 문항 : 다른 문항이 500자인데 비해, 4번과 5번은 700자씩 배정된 것을 보면 어떤 문항에 더 관심이 있는지 두드러진다. 4번과 5번 문항은 바로 직무적인 비전과 식견에 대한 내용이다. 4번 문항은 일단 직무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사실 직무 전문성이라는 부분은 여행업계의 약점이다. 여행업계의 문제점으로 뽑히는 것이 매출에 비해 직원들의 연봉이 낮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여행업계의 직무 자체가 대부분 대행이라든가 예약 같은 노동집약적인 업무이다 보니 인력대체가 쉽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그러므로 직무적인 역량을 물어보는 이 문항에서는 자신의 비전에서 지금보다는 보다 더 전문적인 직무에 대해 가정하고 쓰면 좋을 것 같다. 현재의 여행업계보다도 앞선 시각을 제시하라는 말이다. 아니라면 태도적인 면을 써야 할 것이다. 여행업이 대면업무가 많고 고객에게 만족을 제공하는 서비스업이다 보니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 자신은 이러저러하게 나름의 훈련을 해왔다는 식으로 말이다.

▶5번 문항 : 이 문항의 경우 실제로 하나투어의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보지 않고는 쓰기가 힘든 문항이다. 어떤 부분이 강점이고 어떤 부분이 약점인지 분명히 알아야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런 문항들이 자사 상품을 강요하는 느낌도 들긴 하는데, 또 한편으로는 ‘우리 기업의 상품을 단 한 번도 이용해 보지 않은 사람이 도대체 왜 우리기업에 관심이 있을까?’ 하는 사측의 생각도 틀린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감이 있다.

문제는 하나투어의 패키지를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그에 대해 느낀 점을 활용해 쓰면 되겠지만, 패키지를 아예 이용 안해 봤거나 다른 여행사의 패키지만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지금 급하게 이 자소서를 쓰기 위해서 하나투어 상품을 이용해보기는 힘든 일이므로 사실 알멩이 없이 자소서를 써야할 상황인 셈이다

하지만 사실 이 문항의 의도는 상품기획자로서의 분석력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하나투어 패키지 이용자들의 경험담이나 여러 자료들을 분석하고 차분히 써내려가도 충분하다. 많은 정보에 대한 통찰력이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상품기획자로서 그보다 더 적합한 특징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하나투어 이용경험이 없다고 포기하지 말고, 기획자로서의 통찰력을 보는 항목이라 생각하고 자신이 수집할 수 있는 정보를 최대한 수집해 그에 대한 분석을 하면 된다.

다른 직무에서는 이 5번 문항만 다른데, IT개발/기획의 고객입장에서의 개선방향이나, 영업/기획의 고객의 로얄티 확보방안, 전략/기획/관리의 전략적 투자를 할 상품을 고르는 문항들 역시 모두 직무적인 통찰력을 확인하려는 항목이므로 정보와 그에 따른 분석이라는 과정이 드러나게 자소서를 구성해야 할 것이다.

▶총정리 : 여행업은 여행 자체에 대한 흥미로 시작을 하지만 근무를 하다보면 곧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이런 사람들의 여행업 지원동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인데, 그에 비해 산업적인 비전을 뚜렷이 가진다면 차별화 될 수 있다. 상품의 보완점을 찾을 때도 그 포인트는 다음 번의 구매로 연결돼야 한다는 의식이 있어야 한다. 보통 여행상품은 어떤 업체가 하느냐를 따지기보다는 가격과 일정만 보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나투어이기 때문에 찾는다는 고객을 더 확보할수록 산업적인 자리매김을 확실히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자의식을 분명히 갖고 하나투어의 브랜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 어떤 식으로 접근하고, 그런 신뢰성을 확보한 다음에 어떤 산업으로 연결해야겠다는 식으로 큰 꿈을 꾼다면 성장 가능성은 무궁한 산업이 바로 여행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일상이 지루할수록 사람들은 여행을 통한 기분 좋은 일탈을 꿈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