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한국형전투기 '삐걱', 미국산 무기편중 후유증(?)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이 지난 2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 사진 = 뉴스1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사업이 미국으로부터 핵심기술을 이전받지 못할 위기에 처하면서 차질이 우려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기술이전 무산'과 관련한 자료를 방위사업청에 요구하는 등 경우에 따라 사업전반에 대한 사정당국의 조사도 예상된다.

개발비와 양산비를 합쳐 18조원이 투입되는 KF-X 사업은 우리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KF-16보다 성능이 우수한 전투기 120대를 국내에서 생산하는 사업이다. 2025년까지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 4가지 핵심기술 이전을 미국 정부가 거부하고 나서면서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방사청은 4가지 기술 이전은 협상 과정에서 의무사항이 아니었으며 미국 대신 유럽 업체 등과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 정부로부터 지난 4월 기술이전을 통보받았지만 이를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는 등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진 상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2013년 가을로 시계를 돌려보자. 그해 11월 합참은 합동참모회의를 열어 차기전투기에 필요한 전투기의 성능과 수량을 정하는 '소요 결정' 등을 심의·의결했다.

합참은 이날 회의를 마치고 "차기전투기는 현실화된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킬체인' 임무수행을 위해 은밀 침투 후 전략목표 타격이 가능하고, 첨단 스텔스 성능과 전자전 능력을 구비한 ROC(작전요구성능)"으로 수정했다"고 밝혔다. 스텔스 성능과 전자전 능력이 주요 ROC로 수정됨에 따라 F-35A가 사실상 확정된 것이다.

결국 2014년 9월 F-35A가 차기 전투기로 최종 선정됐고 F-35 제작사인 록히트마틴사로부터 KF-X 기술이전을 약속받는다. 이 과정에서 4개 핵심기술은 '미 정부의 승인'이라는 옵션조항으로 삽입됐다.

이처럼 표면상으론 F-X와 KF-X가 별개의 사업처럼 보이지만 KF-X 사업 성공 여부는 F-X사업을 통해 얼마나 많은 기술을 이전 받느냐에 달려 있다. 차기 전투기로 F-35A가 확정되면서 이미 'KF-X 기술이전 무산'이라는 재앙이 내포돼 있었던 것인데 우리 군의 '미국산 무기 편중'이라는 해묵은 문제점이 이번 사태의 배경에 자리하고 있다.

F-35A로 최종 결정되는 과정에서도 미국산 무기에 집착하는 우리 군의 행태는 도마에 올랐었다. 당시 F-X사업은 미국 록히드마틴(F-35A)과 보잉(F-15SE), 유럽의 EADS(유로파이터) 3개사가 경합했다.

이 과정에서 역대 공군참모총장들은 차기 전투기(F-X) 기종 선정 작업을 다시 해야 한다는 취지의 건의문을 작성해 청와대와 국회, 국방부에 발송했다. 당시 F-X사업 입찰에서는 F-15SE와 유로파이터 2개 기종만이 총사업비 이내로 가격을 제시했고 F-35A의 록히드마틴사는 예산을 초과하는 가격을 써내 사실상 탈락한 상태였다.

당시 유로파이터측은 기술이전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이 때문에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F-35A와 다른 기종을 혼합 구매하는 방안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유로파이터와 F-35A의 혼합구매를 통해 기술이전을 확보했다면 지금 같은 사태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혼합 구매할 경우 예산증액 부담, 전력공백 해소, 군사외교 다변화 등 단독구매에 따른 단점을 해소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최강의 무기를 선택해 최상의 방위력을 갖춰야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당장의 이익만을 따져 무기 구매를 특정국가로 한정할 경우, 미래에는 더 큰 손실이 올 수 있다는 사실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