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부채구조 악화…선제적 신용상담 활성화해야"

최근 가계 부채구조의 악화에 따라 선제적인 신용상담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국내에서 대부분의 신용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신용회복위원회의 경우 중립성과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14일 오윤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발표한 '채무자 구제제도의 평가와 신용상담 활성화의 필요성'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개인회생 이용자 평균 부채원금은 2010년 5882만원에서 2012년 7064만원으로 늘었다.


특히 개인회생 이용자의 대부업 채권 비율은 같은 기간 53%에서 75%로 증가했다. 저축은행 채권 비율도 46%에서 56%로 늘었다. 고금리 채무 비율이 2년 사이에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채무 불이행자의 부채구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의 채무자 구제제도는 법원 개인파산과 법원 개인회생, 신용회복위원회 개인워크아웃 등으로 구분된다. 개인파산은 법원의 최종 청산절차다. 개인회생과 개인워크아웃은 상환기간을 조정하거나 원금을 감면해 부채의 일부를 미래소득으로 변제하도록 하는 채무조정제도다.

다만 개인회생과 개인워크아웃은 조정 과정에서 차이를 보인다. 2004년에 도입된 개인회생은 부채의 총량과 관계 없이 채무자의 소득에서 생활비를 제외한 금액을 일정 기간 납입하도록 한다. 2002년 금융기관의 사적 협약으로 시작된 개인워크아웃은 여러 금융기관의 부채를 일괄 조정하는 제도다.


문제는 국내의 채무자 구제제도가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 연구위원은 "채무자들이 고금리 부채로 다른 부채를 상환하면서 상황을 악화시킨 후에야 구제제도에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다양한 구제제도 탓에 법률대리인이 활성화돼 있지만 서비스에 한계를 보이기도 한다.

이에 따라 오 연구위원은 선제적 신용상담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영국과 미국 등에서 활성화된 신용상담 제도가 예로 제시됐다. 이들 나라에서 신용상담은 개인의 재무상태를 파악해 신용문제의 원인을 찾고 채무조정제도를 소개하거나 금융교육을 실시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신용상담 서비스가 존재한다. 신용회복위원회가 진행하는 신용상담이다. 오 연구위원은 "신용회복위원회의 중립성이 약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며 "우리나라의 신용상담 활성화를 위해서는 접근성 제고와 중립성 강화가 가장 필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도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 기능과 미소금융 등의 정책성 서민금융 공급 기능을 통합한 서민금융진흥원 설립 방안을 발표했다. 통합이 이뤄지면 공공적 성격이 강화돼 현재의 신용회복위원회보다 중립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게 오 연구위원의 판단이다.

오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상시적인 공·사적 채무조정제도를 갖추고 있지만 채무자들이 제도를 적절한 시기에 이용하지 못하거나 부채구조가 악화되거나, 본인에게 적합한 선택을 하지 못하는 운영상의 문제가 있다"며 "선제적이고 중립적인 신용상담으로 제도의 운영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