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기면 치명타…초조해진 '강자' vs 겁없는 '초짜'

(왼쪽 위부터 시계반대방향으로)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SK워커힐면세점,두산면세점 후보지 두산타워, 신세계면세점 후보지 백화점 본점

2차 시내면세점 대전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출사표를 던진 4개 기업이 한 치 양보 없는 기싸움을 펼치고 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초반과 달리 수성(롯데, SK)·공성(신세계, 두산)업체 간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면세점 특허심사가 임박하자 잃을 것이 많은 기존 업체들이 초조해 하는 모습이다.

4일 롯데면세점은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지난달 12일 첫 간담회 이후 두 번째다. 당시 신동빈 롯데 회장까지 나서 힘을 보탰지만 경영권 분쟁 가열로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다시 간담회를 연 것이다.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는 이날 잠실 월드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월드타워점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설명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 대표는 "월드타워점을 소공동 본점 매출을 능가하는 동북아 랜드마크 면세점으로 만들겠다"며 "2020년 1조5000억원, 2025년 4조5000억원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제2롯데월드 내 관광자원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 석촌호수에 123m 높이(예정)의 대형 하모니 음악분수 조성, 강남문화관광벨트 조성, 강·남북을 잇는 시티투어버스 운영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롯데가 이처럼 월드타워점 홍보에 나선 것은 올 연말 특허가 만료되는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중 하나는 특허권을 내놓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롯데면세점은 국내 1위 면세사업자로서 사업 능력만 보면 월등하다. 그러나 최근 신동빈-신동주 오너 형제간 경영권 분쟁 이슈로 국민정서가 악화돼 2곳 중 하나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특히 소공점에 비해 매출이 낮은 월드타워점이 다른 기업들의 목표로 떠올랐다.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롯데월드몰 개장과 함께 잠실 롯데백화점에서 자리를 옮겨온 것으로, 막대한 투자금이 투입된데다 그룹 상징인 제2롯데월드에 자리했다. 롯데로서는 절대 수성해야 하는 곳이다. 그러나 아직 관광자원이 많지 않은 강남에 위치해 매출이 연 5000억원 수준으로 적다는 한계가 있다.

기존사업자인 SK 역시 워커힐면세점의 낮은 매출이 약점으로 지적되자 조바심을 내고 있다. SK는 워커힐과 동대문에 총 2400억원의 상생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이날 업계 최초로 스마트폰 기반 보세물류시스템을 도입, 면세점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올 1월부터 운영 중인 스마트폰 기반의 보세물류 시스템은 공항 면세품 인도장의 이용객 혼잡도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면세업계 최초이자 유일한 시스템"이라며 "보세물류 관리가 실시간 가능해 정보 누락 위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고 강조했다.

잃을 게 많은 기존 사업자들이 초조한 기색인 반면, 신규 사업자들은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상대방의 '실족'으로 기회를 잡았으니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특히 두산은 면세점 최강자인 롯데면세점을 향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두산은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가 "우리를 수출기업으로 봐달라"는 발언을 의식한 듯, "진짜 수출은 한국 제품을 파는 것"이라며 '상생 면세점' 컨셉을 부각시켰다. 신 회장이 면세점 간담회에 참석한 것을 겨냥한 듯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면세점 사업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조심스러웠던 신세계도 '진정성'을 호소하며 최근 적극적인 모습이다. 신세계는 도심면세특구를 개발해 2020년 서울 관광객 2000만 시대를 만들겠다며 총 2700억원 투자를 약속했다. 이어 롯데면세점이 특허권 수성 이유로 고용불안을 꼽는 것을 겨냥한 듯, 신규 특허를 취득할 경우 기존 점포의 인력을 100% 승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아울러 이날 시내면세점 1차 대전 때 약속했던 한국은행 앞 분수광장 리뉴얼을 본격화한다며 공약 이행에 대한 '진정성'을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사업자의 경우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놓치면 사업장을 닫아야 해 타격이 크다"며 "특허 심사를 앞두고 애가 타는 쪽은 잃을 게 많은 기존 사업자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