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로 경제 쑥대밭…"두달만에 통화 63% 폭락"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석유·가스 등 천연자원 수익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인데 저유가 흐름이 오래 이어지면서 경제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정상외교를 계기로 국내 기업들의 중앙아시아 진출이 잇따르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저유가의 충격이 가장 큰 나라는 중앙아시아의 맹주를 노리는 카자흐스탄이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1.5%로 지난해 성장률(4.3%)의 3분의 1 수준으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성장률도 1.3%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산업생산 증가율은 -4.2%까지 떨어졌고, 소비 증가율도 지난해 평균 10%에서 올해 2%로 둔화됐다.

저유가로 재정수지 악화가 가속화되는 점도 우려된다. 카자흐스탄은 국가 총수출에서 자원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83.5%에 달한다. 하지만 저유가로 유가가 곤두박질 치면서 외환보유액이 지난해 11월 1053억달러에서 올해 8월 900억달러 수준으로 추락하는 등 재정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카자흐스탄 정부는 1991년 독립 이래 최대 규모의 민영화에 돌입했다. 국영석유회사인 카즈무나이가스(KazMunaiGaz)를 비롯해 카자톰프롬(Kazatomprom), 삼룩-에네르고(Samruk-Energo)사 등 60여개 국영회사를 민영화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재정악화를 방어하기 위해서 대대적인 평가절하에도 나섰다. 현재 텡게화 가치는 1달러당 306.9텡게로 카자흐스탄 정부가 변동환율제를 도입한 지 두 달 만에 통화가치가 무려 63% 폭락했다.

하지만 정부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원 가격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소비재의 70%를 해외에서 들여와야하는 취약한 경제구조를 감안할 때 위기극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카자흐스탄 경제의 먹구름이 짙어지면서 국내 수출기업과 현지 진출기업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전제품, 자동차, 화학 등 주력 품목 대부분이 환차손 및 미수금 발생 등 손실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KOTRA 관계자는 "우리 기업의 수출 환경은 물론 추진 중인 대규모 프로젝트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며 "수출기업은 미수금, 현지 진출기업은 환차손이 대규모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카자흐스탄 현지에 진출한 한 국내 금융기관 관계자는 "텡게화 평가절하 등으로 현지 경제가 쑥대밭이 됐다"며 "특히 현지에 진출해서 한국물건을 수입하던 한국 무역업체들과 기업인들은 그야말로 폭탄을 맞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저유가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또 우즈베키스탄과 우크라이나 등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 등도 상황이 비슷하다는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경제성장율은 2013년 8%에서 올해 4%로 반토막 나고 우크라이나도 올해 성장률이 -10%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산업부 관계자는 "국내 수출기업과 현지 진출기업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며 "무역보험 등 예상치 못한 피해를 막기 위한 다양한 지원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