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銀 정맥 키오스크·씨티 홍체 ATM 등 생체인식 금융 대세로

다음달부터 은행권 비대면 실명 확인 절차가 시작되면서 정맥·홍채인식 등 생체인식 기술들이 대거 적용되고 있다. 특히 신한은행은 다음달 정맥 인식 기술을 도입한 키오스크(비대면 실명 확인을 거쳐 은행 업무를 처리하는 자동화기기) 무인 점포 도입을 앞두고 시연회를 개최할 예정이어서 은행간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12월 중순부터 손바닥 정맥을 통한 본인인증방식을 도입한 신개념 무인점포 키오스크를 도입키로 하고, 오는 2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참석하는 가운데 시연회를 개최한다.


신한은행이 도입한 정맥 인증은 센서에 한쪽 손을 올려놓으면 적외선 센서가 손바닥 피부 속 정맥의 패턴을 읽어내는 방식으로 일본 후지쯔가 개발한 기술이다. 정맥 인식의 오차율은 0.0001% 이하로 오차율이 4%인 지문 인식보다 본인 인식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정맥 인증을 적용하면 통장이나 체크카드 없이 키오스크 센서에 손바닥만 대면 본인 인증을 거쳐 계좌이체, 송금, 출금 등 은행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신한은행은 우선 본점, 강남별관, 일산IT센터 등 3곳에서 시범 운영에 나설 계획이다.

신한은행의 이 같은 행보는 금융당국의 비대면 실명확인 방식 허용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다음달부터 비대면으로 실명 확인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다른 은행들도 시차를 두고 비대면 실명확인 방식 적용 확대에 나선다.

KEB하나은행은 내년부터 안면근육 인식을 통한 비대면 본인확인 기술을 시범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표준 사용자 인증기술인 파이도(FIDO)를 보유한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와 제휴를 맺었다. IBK기업은행 역시 핀테크 기업인 이리언스와 손잡고 홍채인식 시스템 도입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금융그룹인 씨티그룹도 스마트폰과 홍체 인식 등을 활용해 카드리더기, 터치스크린이 필요 없는 ATM 기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고객이 스마트폰 모바일앱을 통해 미리 인출 예약을 한 다음 근거리무선통신(NFC), QR코드, 홍채 인식을 통해 인증을 하면 필요한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무카드 ATM 시스템을 테스트 중이며, JP모간 역시 이와 같은 시스템을 위해 음성 및 안면 인식 기술의 도입을 검토 중에 있다.

페이팔도 캡슐이나 피부 안에 이식한 실리콘칩을 이용해 혈당, 심박수 등으로 인증하는 새로운 형태의 생체 기술을 구상 중이며, 일본 NTT도코모도 지난 5월 FIDO 얼라이언스에 가입하고 결제 인증에 홍채 인식 등 생체 인식 기술을 도입했다.

김문태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생체 인식 기반 기술은 ATM 거래 이외에도 결제 서비스를 중심으로 확대되는 추세"라며 "생체 인식 기술 도입을 추진중인 국내에서도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핀테크 기술의 발달은 금융권의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어 금융권의 우려가 크다. 핀테크 기술이 발달하고 무인 점포 등이 늘어날 수록 인력 수요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모바일뱅킹의 발전으로 비대면 거래가 전체 거래의 90%를 차지하는 은행권은 인력 재조정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핀테크 기술로 통장이나 카드는 물론 현금마저 필요 없는 시대가 곧 열릴 것"이라며 "혁신이 생각 이상의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금융 혁신은 곧바로 금융권 인력 수요 감소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금융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