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레이싱 인기 급증…프로리그에서 12억 상금까지

2015년 12월 27일 서울 송파구 가든파이브 중앙 광장에서 '제1회 기가(GiGA) 드론 레이싱' 대회가 열렸다. /사진제공=KT

주말 한강변을 거닐면 붕붕거리며 하늘을 나는 드론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단순 오락용 드론에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촬영용 드론 비행까지 이 전에 볼 수 없었던 이색적 풍경이다.

이처럼 드론을 즐기는 이용자 수가 늘면서 속도와 묘기를 경쟁하는 드론 레이싱 대회 또한 국·내외 할 것 없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대회 상금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대표적인 드론 레이싱은 지난해 7월 캘리포니아 주에서 상금 2만5000 달러(약 3000만원)가 걸린 '전국 드론레이싱 챔피언십 대회(National Drone Racing Championships)'다. 이 대회 결선엔 100여명의 레이서가 참가하고 1만 2000여명의 관중이 경기를 관람해 드론 레이싱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올해 10월엔 20만 달러(약 2억5000만원)의 상금이 걸린 세계 레이싱 선수권 대회인 '2016 DRONE WORLDS'가 하와이에서 열린다. 그리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선 무려 100만 달러(약 12억원)의 상금이 걸린 세계권 드론 레이싱 대회 '월드 드론 프릭스(World Drone Prix)'가 3월에 열릴 예정이다. 대회 상금이 점차 높아지는 이유는 드론 레이싱이 하나의 스포츠 종목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드론 레이싱이 대중의 인기를 얻으면서 프로 리그까지 열리고 있다. 지난해 뉴질랜드에선 시즌별로 경기가 주최되는 2개의 드론 레이싱 프로 리그가 출범했다. 미국에서도 '드론 레이싱 리그(Drone Racing League·DRL)'가 이달 말 마이애미에서 열린다.

DRL을 만든 닉 호르바체프스키 대표는 "DRL은 디지털과 실제를 아우르는 새로운 오락의 장이 될 것"이라며 해당 리그를 "드론계의 나스카(미국 대표 자동차경주 리그)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DRL은 촬영용 드론을 이용해 다양한 각도에서 경기를 생중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팬들은 경기 현장뿐 아니라 온라인, 휴대폰 등으로 실시간 경기를 감상할 수 있다.


DRL은 미국 프로 미식축구팀 마이애미돌핀스의 구단주와 뉴욕 벤처캐피탈 회사인 히포 벤처스 등으로부터 단 기간 내에 800만 달러(약 97억원) 투자금을 유치하며 리그 출범에 성공적인 신호탄을 쐈다.

현재 드론 레이싱 프로 리그가 있는 나라는 뉴질랜드와 미국 뿐이지만 호주를 포함해 여러 나라가 잇따라 리그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드론 레이싱은 조종사가 가상현실(AI) 고글을 끼고 드론에 설치된 캠을 통해 1인칭 시점에서 경기를 진행한다는 특징이 있다. 드론 레이서는 마치 자신이 드론이 된 것 마냥 설치된 장애물을 피하고 넘으며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한 드론 레이서는 "하늘을 날고 싶은 욕구를 드론 레이싱을 통해 푼다"며 "드론 비행이 현실감 있어 한층 더 재밌다"고 설명했다.

드론 레이싱 열풍은 국내에도 뜨겁다. 지난해 10월 '제1회 코리아드론레이싱챔피언십'이 계릉시 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총 3000만원이 걸린 이 대회는 100여명의 드론 레이서가 참가해 경쟁을 펼쳤다.

지난해 12월엔 서울 송파구 가든파이브에서 상금 2000만원이 걸린 '제1회 기가(GIGA)드론 레이싱'이 열렸다. 경기장이 아닌 도심에서 진행된 이 경기에는 국내 정상급 드론 레이서 24명이 출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또한 지난달 말 부산 벡스코에선 아시아 최대 드론 축제인 '2016 드론쇼 코리아'가 열렸다. 드론 레이싱 대회까지 개최된 해당 행사장엔 3만명의 발걸음이 이어져 드론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지난해 각종 드론 레이싱 대회에 참가한 송근목 레이서(36)는 지금까지 대회 상금으로만 총 1200만원을 챙겼다. 건설업체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는 "하늘을 날고 싶은 욕구를 해소하고 싶어 2009년부터 무인 항공기 조종을 시작했다"며 "드론 레이싱은 여전히 취미 생활로 즐기고 있지만 직접 제작한 드론으로 대회 우승을 하는 등 레이싱을 즐기는 것이 어느새 삶의 즐거움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직접 제작한 드론으로 '제1회 기가 드론 레이싱'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에서 준우승한 레이서의 드론도 송 레이서가 제작한 드론이다.

그는 오는 3월 두바이에서 열리는 월드 드론 프릭스(World Drone Prix)에 참가하기 위해 맹연습 중이다.

한 드론 업계 전문가는 "대회 나갈 때마다 실력 있는 새로운 레이서들이 많이 나와 그만큼 드론 레이서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출범한 한국드론레이싱협회에 등록된 레이서는 2000명, 전문 드론팀은 약 35개에 달한다.

국내 드론 레이서 저변이 확대되고 드론 레이싱 대회도 늘어나고 있지만 드론을 마음 놓고 띄울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은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송근목 레이서는 "아무도 없는 공원에서 드론을 날리다 이웃 주민에게 불평을 들은 적이 많다"며 "내 취미 생활이 남에게 피해를 주어선 안 되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제약 없이 드론 레이싱 연습을 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송근목 레이서/사진제공=송근목 레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