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 그믐·새해 맞이도 소녀상과 함께…"의지로 지킨다"

(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한일 일본군'위안부' 합의 무효를 위한 대학생대책위 소속 대학생들이 설 연휴 이틀째인 7일에도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옆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2016.2.7/뉴스1 © News1

병신년 새해를 하루 앞둔 섣달 그믐에도 이들은 소녀상옆을 꿋꿋이 지키고 있었다. 한일 합의와 소녀상 이전에 반대하며 40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한일 일본군'위안부'합의 무효를 위한 대학생대책위 소속 대학생들이다.

설 연휴 이틀째인 7일에도 주한일본대사관 앞 대학생들의 '소녀상 지킴이' 농성은 계속됐다. 대책위에 속한 단체 중 하나인 '평화나비 네트워크' 동아리 소속 대학생 6명은 소녀상 옆 전기장판 위에 두툼한 이불을 덮고 앉아 시린 손을 녹이고 있었다.


평화나비 소속 이희준(21·동덕여대)씨는 "설 연휴라 집에 가고 싶기도 하지만 친구들과 번갈아 가면서 밤을 새우고 있고 우리에겐 의지가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이씨는 "식권을 만들어서 식당에서 먹을 수 있게 해주시는 분들도 있고 밥차 봉사 오시는 분들도 계시다"면서 "떡국은 못 먹었지만 한 시민이 준 가래떡을 먹어 괜찮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실제로 많은 시민이 소녀상을 찾으며 대학생들에게 응원의 물품을 전했다. 초코파이부터, 과자, 음료수에서 여학생들을 위한 방향제와 손난로까지 다양했다.


부천에서 아들과 함께 온 안모(46)씨는 "학생들이 예뻐서 음료수를 사왔다"라며 "오랜만에 쉬는 날이라 아들에게 이런 것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데리고 왔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하던 학생들은 한일합의 이야기가 나오자 이내 진지해졌다.

김은지(21·동덕여대)씨는 "(아베 일본 총리가) 이 문제를 후대에까지 책임을 넘겨선 안된다고 했는데 이는 후대에까지 알려야 하는 역사적인 문제"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설 연휴에도 계속 소녀상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뿐만 아니라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중·고등학생들도 있다.

할머니댁에 가려는 부모님 몰래 이 곳에 왔다는 이예린(15)양은 "오늘 정오쯤 이곳으로 와 언니들과 함께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양은 "한일합의 이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직접 참여하기 위해 나왔다"라며 "부모님께서 다른 말씀은 안 하시지만 제가 피켓 들고 있는 사진이 기사에 나오면 공유하신다"고 말했다.

소녀상 곁에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이승언(17)군은 생일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자발적으로 나왔다.

이군은 "꼭 시위 나오고 싶었는데 오늘 마침 생일이고, 설 전날이라 학원도 쉬어 부모님 몰래 왔다"면서 "역사학과를 가고 싶은데 지금 역사를 바로잡아놓지 않으면 제가 나중에 역사를 배우는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한 달이 넘는 농성에도 이들의 의지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희준씨는 "할머님들도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기 위해 자신의 아픔을 드러내고 싸우시는 것"이라며 "우리도 할머님들만의 일이 아닌 우리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해서 오늘도 나왔고 2월까지는 계속 밤샘 농성을 이어갈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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