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랄을 아십니까" 정부 세계 20% 무슬림 방한시장 준비한다

정부가 세계 20%인 18억 인구를 가진 무슬림을 방한 관광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방한 관광에 상대적으로 익숙한 중국 내 무슬림이 그 시작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6개월 간의 준비 끝에 중국인 무슬림 2000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 관광 상품인 '한국할랄여행'을 최근 내놨다고 11일 밝혔다. 4박 5일 동안 서울을 둘러보는 일정과 5박 6일 동안 서울 및 강원 지역을 둘러보는 일정 총 2종으로 구성된 여행 상품이다.


이날부터 4박 5일 동안 24명의 중국 무슬림이 이 방한 여행 상품을 통해 한국을 찾는다. 이들은 한국 이슬람교 중앙회(KMF)의 인증을 받은 할랄식당에서 비빔밥, 삼계탕 등 한국 음식을 맛보고 서울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며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한국의 매력을 직접 체험하게 된다.

중국의 무슬림은 7세기 당나라 때 비단길을 통해 들어온 아라비아와 페르시아인의 후손들이다. 현재 회족, 위구르족 등 10개 소수민족 2032만 명이 중국 서북 내륙지역을 중심으로 거주하고 있다.

이들 또한 다른 무슬림과 마찬가지로 알라가 허락한 음식인 '할랄음식'만을 먹어야 하지만, 그동안 국내 무슬림 편의시설에 대한 중국어 정보가 부족해 한국 방문에 큰 장애요소가 돼 왔다.


비록 중국 전체 인구의 단 1~2%밖에 안 되지만, 중국이 현대판 육·해상 실크로드인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이들을 통해 중동 내 이슬람 국가로의 연결이 가능해진다. 중국은 2년 전 할랄 식품 인증기관을 설치하고 무슬림이 많이 사는 지역에 세운 할랄산업단지에 200여 개의 기업을 유치한 바 있다.

서영충 한국관광공사 중국마케팅센터장은 "중동 쪽에서 갑자기 관광객을 대거 유치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본격적으로 무슬림을 유치하기 전 단계로 중국인 무슬림부터 시작한다는 개념으로 보면 된다"며 "일단 관광객이 오기 시작해야 할랄식, 기도실 등 인프라 구축도 활성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번에 국내 최초로 '중국어판 한국 할랄식당 가이드북'을 제작해 서울 이태원, 강원 남이섬 등에 있는 식당을 소개하고, 아시아나항공 및 국내외 여행사들과 공동으로 '전 일정 할랄식'을 제공하는 중국 무슬림 특화상품을 개발하면서 중국 무슬림들의 방한관광의 물꼬를 트기 위한 노력을 해 왔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중국 무슬림 시장조사를 시작으로, 중국 관계 당국과 이슬람협회 등 관계자와의 수차례 협의를 거쳤다. 그 결과 11월 중국 서북 3성(샨시성, 칭하이성, 닝샤자치구) 이슬람교 유력인사 및 언론인 등을 한국으로 초청해 할랄 인증식당, 기도실 등 필수시설과 주요 관광지에 대한 사전답사를 마쳤다.

12월 초에는 중국 영하회족자치구 인촨시 완다호텔에서 중국 무슬림 12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를 열어 '한국할랄여행'과 '한국 할랄음식 가이드북'을 소개했으며, 이를 통해 24명으로 구성된 여행단체 방문을 유치했다.

전용찬 한국관광공사 시안지사장은 "향후 할랄인증식당 확대 추이에 따라 제주, 부산 등 타 지역 연계 중국 무슬림 특화상품도 계속 개발할 예정"이라며 "우선 올해 1000명 이상의 중국 무슬림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앞서 문체부는 올해 무슬림 친화 평가제를 도입해 무슬림이 한국에서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특화 여행 상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국제 경제제재가 해제된 이란의 방한 관광 활성화를 위해 이란 주재 한국문화원 신설 계획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