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관광 스모그'도 대비할 때

인도네시아 리포그룹이 인천 영종도 복합카지노리조트에서 손을 떼기로 한 것을 계기로 카지노, 면세점, 호텔 등 한국 관광산업 전반의 '유커(중국인 관광객) 효과'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커 특수가 중국 정부 정책이나 위안화 환율, 외화보유고 같은 변수에 따라 급변할 수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리포그룹은 최근 미국 시저스와 합작한 복합카지노리조트 LOCZ 지분 60%를 매각한다고 밝혔다. LOCZ는 오는 2020년까지 영종도에 2조3000억원을 투자해 카지노와 호텔, 컨벤션 시설을 지을 계획이었다.


리포그룹은 카지노 사업과 세계 경제 전망 불투명성을 매각 배경으로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시진핑 정부의 반부패 정책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해석했다. 시진핑 주석이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서슬 퍼런 칼날을 휘두르자 중국인 큰 손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동아시아 카지노 업계 생존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지노 도시로 불리는 마카오는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마카오는 지난해 카지노 수입이 2308억위안(41조293억원)으로 전년대비 34.3% 하락했다고 밝혔다. 반부패 정책 영향으로 중국 공산당, 국영기업 간부와 부동산 갑부 등 본토 큰 손들이 마카오 주변에 얼씬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 카지노도 반부패 직격탄을 맞았다. GKL (13,870원 ▲310 +2.29%), 파라다이스 (14,910원 ▲200 +1.36%) 등 외국인 전용 카지노 매출이 중국발 악재로 2014년 1조3800억원에서 지난해 1조2400억원으로 감소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면세점 사업도 중국 정책 변화에 숨을 죽이고 있다. 지난해 한국 면세점 외국인 매출 중 85.7%를 유커가 올릴 만큼 영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이미 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81억4260만달러(9조8898억원)로 3%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전 5년간 연평균 20% 성장에 크게 못 미쳐 우려를 낳고 있다.

중국 경제수장 리커창 총리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리 총리는 지난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업무보고에서 자국 면세점을 늘리고, 수입 관세를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최소 6.5% 성장’을 달성하려면 내수 소비가 뒷받침돼야 하고, 해외 소비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인 해외 원정쇼핑 규모가 2000억달러(236조2000억원)를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와 관련, 중국 정부는 올해 광저우·충칭·텐진 등 19개 공항 입국장에 추가로 면세점을 신설했다. 또 중국인들이 해외 면세점에서 많이 찾는 인기제품 관세를 대폭 낮췄다. 지난해 6월 의류와 신발, 화장품 관세를 50% 이상 낮춘데 이어 올 1월부터 전기밥솥과 모직의류, 영유아 식품 등 787개 품목 관세를 50% 인하했다.

갈수록 줄어드는 중국 외환보유고도 악재다. 외환보유액 급감을 계기로 중국 해관(세관)이 해외에서 들여오는 반입품목 검사를 철저하게 할 경우 해외 면세점 쇼핑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외환보유액은 2014년 3조9900억달러(4593조원)에서 2월말 현재 3조2023억달러로 줄었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경제학부)는 "한국 관광산업 전반에서 유커 특수 반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관광인프라 경쟁력을 제고하고 중동·동남아시아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