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받을 돈 늘고, 갚을 돈 줄었다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한 직원이 달러화 등 외환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회수할 수 있는 대외채권 규모가 증가했고 갚아야 할 대외채무액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 유동성에 어려움이 생겼을 경우 감내할 수 있는 대외건전성이 개선됐다는 평가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3월말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외채권은 7307억달러로 3개월 전보다 132억달러 증가했고, 대외채무는 3858억달러로 96억달러 감소했다.

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뺀 순대외채권 잔액은 3449억달러로 지난해말과 비교해 228억달러 증가했다.

이에 따라 외환보유액(준비자산) 대비 만기 1년 미만 단기외채 비중은 27.8%로 지난 연말보다 1.3%포인트 하락, 2004년말(27.3%) 이후 11년3개월만에 최처지를 기록했다.

또한 대외부채에서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3월말 기준 26.6%로 전년말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역대 가장 높았던 2007년 3월말(53.6%)과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금융위기 발생시 안정성을 나타내는 척도다. 이 비율이 낮을수록 단기외채 상환능력이 개선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올해 3월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3698억4000만달러, 단기외채는 1028억달러로 각각 집계됐다.

보통 만기 1년 미만의 회사채, 차입금 등 단기외채 성격의 자금은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 한꺼번에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앞서 1997년말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신청할 당시 단기외채/외환보유액 비율은 657.9%에 달했다. 이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행한 2008년 9월말 79.3%를 기록한 뒤 점차 하락해 지난해말 11년 만에 30%대 밑으로 떨어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은행 외화차입금 축소, 외국인의 국내채권투자 감소 등으로 대외채무가 줄어 외채건전성이 전년말보다 다소 개선됐다“며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등 국제금융시장 불확실성 요인을 면밀히 점검해 대외건전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분기 내국인 해외투자 및 외국인투자 잔액은 모두 증가했다.

3월말 기준 우리나라의 대외투자 잔액은 1조1674억달러로 지난해 연말보다 325억달러 증가했다. 외국인투자 잔액은 9515억달러로 같은기간 119억달러 증가했다.

대외투자에서 외국인투자를 차감한 순국제투자 잔액(Net IIP)은 전기대비 206억달러 증가한 2158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규모로 순국제투자 잔액이 2000억달러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병훈 한은 경제통계국 국외투자통계팀장은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면서 국내로 유입된 자금을 해외로 재투자하면서 대외투자 규모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1분기 대외투자 증가액 325억달러 가운데 실제 투자가 늘어난 규모는 135억달러, 주가상승 및 환율절상 등 비거래요인은 189억달러로 각각 집계됐다.

외국인투자 규모도 전기대비 119억달러 증가했으나 이는 대체로 원화절상에 따른 비거래요인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올 1월~3월 증권투자(-44억달러), 기타투자(-80억달러) 등을 통해 자금을 해외로 뺐으나 주가·환율 등 비거래요인으로 자산가치는 245억달러 상승했다.

전년말과 비교해 3월말 종합주가지수(KOSPI)는 1.8% 상승했고 달러화 대비 원화는 1.6% 절상됐다. 유 팀장은 “실제 외국인투자 거래는 줄었지만 주가 상승, 원화 절상 등 영향으로 외국인투자 잔액이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