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대출 규제에도 "강남은 그대로예요"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내 상가에 영업 중인 공인중개업소들. /사진=김사무엘 기자

"최근 분양가 중도금대출을 규제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인데도 분양권 매매 분위기는 크게 달라진 게 없어요. 인기있는 지역이고 분양권 웃돈도 1억 이상 붙으니 집단대출 규제를 한다 해도 크게 영향은 없을 겁니다"(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자이' 인근 공인중개소)

"중도금대출을 조이면 아무래도 가수요는 줄어들겠죠. 과열된 강남 재건축은 조금 진정되겠지만 다른 지역은 지금도 분위기가 안 좋은데 앞으로 더 안 좋아지겠죠"(강남구 개포동 S공인중개소)


정부가 과열된 분양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집단대출을 규제하고 다운계약 등 불법행위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현장에서는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분양시장 규제와 단속을 통해 무분별한 청약을 막고 부동산 거래질서를 확립한다는 의도지만 한쪽에서는 가뜩이나 얼어붙은 지방 부동산 시장을 더욱 침체시켜 양극화만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집단대출을 규제하겠다고 발표한 28일 재건축 열기가 뜨거운 개포동 주공1단지 내 공인중개소들은 대부분은 문을 걸어 잠갔다. 상가에 있는 공인중개소 가운데 영업을 하는 곳은 2~3곳에 불과했다. 인근 상인들은 "분양권 불법전매나 다운계약을 단속한다고 하니 4~5일 전부터 전부다 문을 닫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문을 연 S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개포주공2단지(래미안 블레스티지) 분양 성공 이후 1단지 매매가가 한 달 만에 1억 이상 뛰는 등 과열 양상이 되면서 정부의 단속 대상이 된 것 같다"며 "실제 불법행위를 하는 곳은 다 '떴다방'들인데 괜히 공인중개소에 불똥이 튀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집단대출도 규제한다고 하지만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지금도 래미안 블레스티지 분양권을 문의하는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래미안 블레스티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아파트로 집단대출 규제 대상이 된다. 기존에 HUG가 보증한 집단대출을 2건, 6억원 이상 받았다면 래미안 블레스티지 분양권을 살 경우 중도금대출은 HUG 보증이 아닌 개인 신용대출로 받아야 한다.

HUG 분양보증 아파트인 '신반포자이' 역시 분양권 거래 분위기에는 이상이 없다고 인근 공인중개소들은 설명했다. 공인중개소 대부분이 문을 닫은 개포동과는 달리 반포동에서는 모두 정상 영업 중이었다.

이 지역 공인중개소에 따르면 분양가가 3.3㎡ 당 4000만원이 넘었던 신반포자이의 분양권에는 현재 1억~1억5000만원의 웃돈이 형성돼있다. 반포동의 K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가격이 너무 올라서 매매가 잠시 소강상태이긴 하지만 집단대출 규제의 영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