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성장경로 불확실…6월 금리인하 경기회복 뒷받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6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국내 경기의 개선흐름이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수출감소가 지속된 가운데 내수위축으로 소비와 투자의 회복세가 미흡하다는 평가다. 오는 7월 경제전망에서 2.8%인 성장률 전망치를 추가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은 지난 6월 금통위 금리인하(1.50%→1.25%) 결정이 향후 경기회복을 지원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국내 경제상황과 관련 “최근 경기 개선흐름이 약화됐다”며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겠으나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기업구조조정 영향 △경제주체 심리위축 등이 경기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6월 금통위 금리인하를 비롯해 정부의 경기활성화 대책과 배럴당 50달러에 근접한 국제유가 등은 경기회복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작용된다고 분석했다.

취업자수는 증가세가 주춤한 상황이다. 올해 1~5월까지 전년동기대비 취업자수 증가는 28만명으로 2014년(53만명), 2015년(34만명)과 비교해 대폭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연령대별로는 30~40대가 상대적으로 취업자수 증가세가 부진했다.

15~29세 청년층 취업자수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져 실업률은 상승했다.

한은은 “앞으로 취업자수는 기업구조조정 본격화, 경기회복 지연으로 낮은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소비자물가는 저유가 영향으로 전년동기대비 1% 내외의 낮은 상승률을 지속했다. 농산물·석유류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은 1%대 후반수준,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은 2%대 중반 수준을 유지했다.

한은은 “앞으로 저유가 영향이 약화되면서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점차 확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주택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오름세는 올해 들어 소폭 둔화됐으나 최근 서울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다.

경상수지는 수출부진에도 불구하고 수입이 크게 감소하면서 흑자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가 960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금융기관의 외화차입여건은 대체로 양호한 상태를 유지했다. CDS프리미엄(5년 만기)은 5월말 기준 59로 주요국과 비교해 안정적 수준이다. 외화유동성비율은 106.5%, 단기외화차입 가산금리는 0%로 유동성 여건도 양호하다는 평가다.

외환보유액은 5월말 기준 3709억달러로 전년말(3680억달러)과 비교해 소폭 증가했다. 상환기간 1년 미만인 단기외채 비중은 26.6%로 지난 연말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한은은 △중국경제 불안 △미국 금리인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대외 불안요인에 대응해 국내외 시장상황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관련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가동해 시장안정 의지를 전달했다.

한은은 지난 27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긴급 간부회의를 열어 시장안정을 위해 약 3조원 이상의 시중 유동성을 공급키로 결정했다.

이 총재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 접근하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더욱 유의해 운용해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앞서 2016~2018년 중기 물가안정목표를 2%로 설정하고 6개월 이상 이 범위에서 ±0.5%포인트 이상 벗어나면 총재가 설명책임을 이행키로 했다.

한은은 국책은행 자본확충과 관련해선 “금융시스템 불안 가능성에 대비하는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 차원에서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며 “정부가 직접출자를 통해 선도적 역할을 하면 한은이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를 통해 보완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오는 7월1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자본확충펀드 대출액 총액한도 10조원을 의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