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벌면 37만원 빚 갚는데 쓴다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장맛비가 내린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 도로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가계부채가 소득 증가율을 크게 웃돌며 소비를 제약하고 있다. 가계 가처분소득(소득에서 이자·세금 등 비소비지출을 차감한 실질소득) 100만원 가운데 약 37만원을 빚 갚는데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30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2016년 6월)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상환지출 비율은 36.9%로 전기(37.7%)대비 0.8%포인트 하락했다.

가계 가처분소득 100만원 중 36만9000원을 부채상환에 썼다는 얘기다. 전기보다 8000원 줄어든 것이나 마냥 좋은 현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저금리 덕에 이자부담은 줄었으나 가계 재무구조는 더욱 악화되고 있어서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3월말 기준 145.6%로 6개월 전보다 4.9%포인트 상승했다. 이 비율은 최근 10년(2005~2014년) 연평균 3,1%포인트씩 늘었는데 이를 감안하면 부채비율 증가속도가 매우 가파라졌다는 평가다.

가계부채 총액은 올해 1분기말 1223조7000원으로 1년 만에 11.4%(125조4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4.1%에 머물렀다. 부채가 소득보다 2.8배 가량 빠르게 늘어난 셈이다.

한은은 “가계부채가 소득의 증가속도를 상회하면서 가계의 재무건전성이 다소 저하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가계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지난해말 기준 44.8%로 6개월 전보다 0.8%포인트 상승했다. 금융부채 증가율이 9.8%로 같은 기간 금융자산 증가율 9.6%를 소폭 상회했다.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올해 3월말 기준 0.36%,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가계대출 연체율은 2.1%로 집계됐다. 이 비율은 금리인하가 시작된 2013년 이후 점차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 및 분할상환 비율은 올해 3월 기준 36.8%, 39.5%로 지난해말과 비교해 각각 0.9%포인트, 0.6%포인트 상승했다. 평균 잔존만기는 2010년말 11.6년에서 17.5년으로 점차 장기화되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 및 법원을 통한 채무조정 신청규모는 분기당 6만명 내외로 유지되고 있다. 다만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한 개인 워크아웃 비중이 상승세를 보여 저소득 취약계층 부채상환능력이 다소 악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조정환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앞으로 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과다부채가구나 저소득층 가구 등을 중심으로 부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가계소득 증대 및 부채구조 개선 노력을 배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