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포용성', 창업가의 중요한 재능

필자가 투자한 스타트업들로부터 인재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끊임없이 받는다. 흥미로운 점은 추천한 인재 대부분을 스펀지처럼 받아들이는 창업가들이 있는 반면, 대부분 채용이 이뤄지지 않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차이는 무엇 때문일까. 스타트업 성장에 있어 인재 포용성은 창업가가 통제 가능한 결정적 요소다. 경기 변동 등 외부 요인은 창업가가 통제할 수 없다.

보통 스타트업 창업팀 구성과 관련해선 사람을 잘 가려서 뽑아야 한다는 말이 많다. 정답은 없지만 스타트업 초창기 단계에선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한 단계 더 큰 도약을 노리는 경우엔 조금 달라야 한다. 그 시점은 주주나 투자자들이 자금 절약 단계에서 적극적 가용 단계로 전환하라고 조언하는 때다.


에이미 추아 예일대 교수가 쓴 책 ‘제국의 미래’를 보면 제국을 이루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관용’이라는 내용이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관용은 결국 인재 포용성을 의미한다. 로마, 몽골, 미국 등 역사적 발전 과정을 돌아보면 인재 포용성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국가뿐 아니라 기업 발전 과정에 있어서도 시사점이 큰 분석이다.

대부분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투자금 유치에 가장 많은 신경을 기울인다. 물론 자금도 기업 성장을 위한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돈이 확보되고 나면 결국 사람이 부족해 성장 병목 현상에 빠지는 시점이 찾아온다. 엔지니어를 뽑으려면 엔지니어가 존경할 수 있는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필요하다. 창업가는 이런 CTO를 영입하기 위해 ‘삼고초려’해야 한다. 마케팅이 안 되는 회사는 훌륭한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어떻게든 영입해야 한다. CTO가 답답하게 보일 수 있고, CMO가 말만 번지르르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딜레마다. 좋은 창업가는 다소 약점이 있거나 자신과 감성적으로 잘 맞지 않는 인재라도 그들이 각자 장점을 살려 일할 수 있도록 한다.

대기업은 들어오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때문에 보유 자금이 많더라도 잠재적 인재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명망 있는 벤처투자사(VC)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스타트업들도 있다. 스타트업은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항상 어려움을 겪는다. 자금과 인재, 두 가지가 핵심 자원이다. 도약 단계에선 인재 포용성이 매우 중요한 재능이다. 필자는 스타트업 투자자로서 창업자가 이런 재능을 갖췄는지 유심히 살핀다. 도약의 변곡점에 이르렀다면 이미 시장성은 검증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매출을 내면서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거나 대규모 후속 투자를 유치했다면 시장성 위기는 어느 정도 해소한 것이다. 다음 단계는 성장성 위기다.


투자 여부를 결정할 때 토론할 때 의외로 철학적인 대화가 오간다. 가령 ‘사람은 변하는가’, ‘이 사람의 역량은 발전할 여지가 있는가’ 등이다. 인재 포용성은 그 중에서도 중요한 문제다. 포용성은 귀가 얇거나 융통성이 좋은 것과는 다소 다른 개념이다. 포용성의 원천은 자존감이다.

국어사전에서 자존감과 자존심은 비슷한 말로 풀이돼 있다. 하지만 자존심은 열등감을 강하게 내포한다. 자존감은 몰입감과 목표의식, 책임감 등이 포함된 열등감을 훨씬 넘어서는 자기 주관이 아닐까. 창업가의 높은 자존감이 결국 높은 포용성으로 이어진다. 자존감이 부족하면 어떻게 개선해야 하냐고 묻는 창업가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괜찮다. 자존감 높은 공동 창업가를 두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