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케이블, 재전송 산정기준 마련돼야"…"거위 배 갈라선 안돼"

"지상파 방송사업자들이 거위의 배를 갈라서는 안된다."(이재호 동아방송예술대 교수)

29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유료방송산업 정상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유료방송 콘텐츠 대가산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상파 콘텐츠 비용 분쟁으로 인해 자칫 케이블TV 사업자가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이 교수는 "케이블TV 서비스 수신료 매출은 감소하는데 콘텐츠 수급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유료방송 플랫폼 산업 뿐 아니라 일반 PP에 대한 콘텐츠 대가가 줄어들어 결국 방송시장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상파 재송신료에 대한 대가산정 기준이 전혀 없어 불확실성이 크다"며 "정부와 사업자, 학계 등이 참여하는 '방송 재정 및 요금 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정민 전남대 교수 역시 "매년 지상파들이 협상을 통해 재송신료를 인상하면 매출이 하락하고 있는 케이블TV 사업자들이 버틸 재간이 없다"며 "유료방송 사업자의 매출을 콘텐츠 대가와 연동하는 '정률제' 등 대가산정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상파 방송사들이 디지털 셋톱박스 없이 아날로그 케이블로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는 8VSB 서비스에 대해서도 400원의 재전송료를 요청하고 있는데 이는 온당치 않다"고 지적했다.

재전송 대가와 관련해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는 상업적 계약이기 때문에 사업자 간 자율적 계약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케이블TV 진영은 지상파가 근거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매번 재전송 요금 인상을 요구한다며 정부 조율 아래 대가산정 기준을 마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토론회 참여자들은 자칫 유료방송이 고사하면 방송산업 전체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케이블TV의 손을 들어준 모양새다. 최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인수합병)이 무산되면서 케이블TV 사업자들의 위기의식이 더욱 커진 만큼 케이블TV 지원을 통해 방송시장의 안정에 중심을 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신영규 방송통신위원회 과장은 "지상파 방송사들의 수익이 악화되면서 양 진영의 이해관계 대립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방통위는 지난해부터 재전송협의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조속한 시일 안에 학계와 업계의 입장을 정리해 가이드라인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용요금이 적은 아날로그 방송 가입자의 디지털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도준호 숙명여대 교수는 "디지털 전환이 80% 이상 이뤄진 권역에서도 신규 가입자가 원하면 케이블 사업자들은 아날로그를 설치해줘야 한다"며 "보편적 디지털 시청권 보장을 위해 법적으로 아날로그 서비스의 스위치를 내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동통신과 방송·인터넷 상품의 결합상품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교수는 "케이블 TV 사업자들이 이동통신 서비스가 없기 때문에 경쟁 활성화가 담보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이동통신 결합상품을 금지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한오 금강방송 대표 역시 "케이블업계에 통신사와 동등한 결합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그때까지 이동통신 결합판매를 유예하거나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제안에 대해 손지윤 미래부 과장은 "유료방송의 전체 발전을 위해서는 사업자들의 입장도 중요하지만 그 중심에 시청자가 있어야 하며, 시청자 후생이 후퇴하는 정책이 나와서는 안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