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순천 '송광사 오불도', 제자리 돌아온다

문화재청·대한불교조계종이 미국 포클랜드박물관으로부터 내년 상반기 돌려받기로 합의한 '송광사 오불도'. /사진제공=문화재청

망가진 채 미국으로 갔던 전남 순천시 송광사 오불도가 약 5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다.

문화재청과 대한불교조계종은 미국 포틀랜드박물관과의 반환 합의에 따라 현재 미국 포틀랜드박물관에 기탁된 '송광사 오불도'를 원 소장처인 송광사로 내년 상반기 중 돌려받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포클랜드박물관에 따르면 오불도는 로버트 마티엘리(86·미국)씨가 2014년 박물관에 기탁한 것으로, 그의 뜻에 따라 이번에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원래는 송광사 불조전의 왼쪽 출입문 벽에 붙어있던 것으로 오른쪽에 붙어있던 것은 소재를 알 수 없다.

오불도는 '오십삼불도' 중 하나로, 오십삼불도는 '관약왕약상이보살경'을 근본 경전으로 해 조성한 불화를 말한다. 송광사를 비롯해 일부 사찰에만 전해내려오는 귀중한 불화다.

송광사의 불조전에 소장된 1725년 제작된 오십삼불도는 칠불도, 구불도, 십삼불도, 오불도 등 모두 7폭으로 구성돼있는데 이 가운데 오불도 2폭이 도난돼 현재는 5폭만 남아있던 상태다.


기탁자인 마티엘리씨는 1960~1980년대 약 30년 동안 서울에서 화가, 조각가, 도예가, 미술 교사 등으로 활동한 사람으로 1970년 초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한 골동품점에서 목가구를 구경하던 중 서랍장에서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찢기고 구겨진 '오불도'를 처음 발견했다.

약 2주 후, 그가 다시 그 골동품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서랍장은 팔린 상태였고 오불도만이 구석에 놓여있었다. 그는 오불도를 구매해 솜씨 좋은 표구사를 구해 수리했고, 1985년 '오불도'를 가지고 미국에 건너가 보관하다가 최근 포틀랜드박물관에 맡겼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14년 7월에 미국 포틀랜드박물관이 소장한 한국 문화재의 현황을 조사했고 이듬해 5월에 조사 자료를 편집하는 과정에서 박물관에 기탁된 오불도가 도난 불화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대한불교조계종과 함께 우호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로 합의하고 협상 권한을 위탁받아 박물관 측에 오불도가 도난 문화재임을 알리고 이 문화재가 한국의 송광사로 돌아올 수 있도록 박물관이 중개자가 되어 기탁자를 설득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물관 측은 이들 부부를 찾아가 문화재청의 입장을 전했고, 부부도 오불도가 도난 불화라는 것을 알고 송광사로 돌려보내는 것에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문화재청과 박물관 측은 마티엘리씨의 보존 노력을 기념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에 포클랜드박물관에서 특별전과 심포지엄을 개최한 뒤 내년 상반기 한국에 반환하기로 협의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번 환수는 문화재청과 대한불교조계종의 협력을 통해 지난해 3월 환수한 '선암사 동악당재인대선사 진영' 이후 두 번째 성공 사례"라며 "앞으로도 외국 소재 도난 불교문화재를 적극적으로 환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