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 빌려드려요" '공유경제' 꾸리는 배달의민족

서울 역삼동에 문을 연 배민키친 간판(왼쪽)과 주방.

국민 배달 앱 '배달의민족'(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공유 주방'을 앞세워 음식 분야에서 새로운 형태의 공유 경제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다.

배달의민족이 지난달 27일 서울 역삼동에 오픈한 '배민키친'은 유명 맛집들에 주방 공간을 제공하고, 인근 지역(강남구·서초구) 주민들이 배달의민족을 통해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음식은 배달의민족 외식 배달 서비스 '배민라이더스'로 배달된다.


배민키친을 총괄하는 최정이 우아한형제들 이사(사진)는 "더 다양한 음식을 먹고 싶은 고객들의 욕구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배민키친 아이디어가 나왔다"며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알 수 없는 실험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공유 주방을 앞세운 배민키친은 배달음식 소비자와 맛집 점주들에게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소비자들은 유명 맛집의 음식을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맛볼 수 있고, 점주들은 최소 비용만으로 사업기반을 확장할 수 있다. 배민키친 인근 지역에서만 음식 주문이 가능하기 때문에 음식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무엇보다 배달의민족 플랫폼 안에서 점주들과 상생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배민키친을 총괄하는 최정이 우아한형제들 이사. /사진제공=우아한형제들.

최 이사는 "아무리 유명한 맛집이라도 점주 입장에서 분점을 내는 건 엄청난 도전"이라며 "매장 위치 선정과 권리금, 월세, 인테리어, 인건비 등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민키친은 이런 위험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면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배민키친은 입주 점주들에게 주방 사용료를 받지 않는다. 기본 조리기구와 주방 인테리어 비용 역시 배달의민족이 부담했다. 점주들에게 기본 인프라를 제공한 뒤 실질적인 수익이 발생하면 나눠 갖는 구조다. 아직 서비스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수익 분배 기준은 정하지 않았다.

배민키친 1호점은 배달음식 주문건수가 가장 많은 강남 지역에 자리잡았다. 이태원 유명 맛집인 '라이너스 바비큐'(Linus BBQ), '지노스 뉴욕 피자'(Gino’s NY Pizza), '레프트 코스트 버거'(Left Coast Burgers) , '바토스'(Vatos)가 입점해 있다. 점주를 비롯한 핵심 인력들이 배민키친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고 있다. 조만간 뉴욕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할랄가이즈'(Halal Guys)도 배민키친에 합류한다.

초반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당초 예상보다 더 많은 주문이 발생했다. 점주들의 배민키친 입점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배민키친 1호점 성과를 면밀하게 분석한 뒤 추가 공간 마련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최 이사는 "배민키친 역시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라는 배달의민족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며 "소비자들이 '맛집 유나이티드'로 인식할 수 있도록 배민키친을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적인 방안으로 제대로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면 공유 경제 안에서 수익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