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출시' 포켓몬고, 강남역서 직접 잡아보니

서울 강남역 인근 포켓스톱 및 체육관 모습(왼쪽)과 강남역 지하상가에서 나타난 '별가사리'(오른쪽)./사진=이해인 기자

'안녕. 난 윌로우 박사라네. 나와 함께 모험을 떠나보지 않을 텐가?'

지난해 돌풍을 일으킨 AR(증강현실)게임 ‘포켓몬 고(GO)’(이하 포켓몬고)가 24일 국내시장에 깜짝 출시됐다. '서울의 명소'(?) 강남역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앱(애플리케이션)을 설치했다. '주변을 잘 살펴서 항상 주의하면서 플레이해주십시오'라는 경고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문맥이 매끄럽지 않았지만 지난해 강원 속초 인근에서 비공식적으로 즐긴 영어버전에 비하면 한층 편하다.


포켓몬고는 닌텐도가 주축으로 설립한 포켓몬컴퍼니와 구글의 사내 벤처에서 독립한 나이언틱랩스가 공동 개발한 AR 모바일게임이다. 인기만화 ‘포켓몬스터’의 스토리처럼 게이머가 포켓몬이 출몰하는 특정 장소를 찾아다니면서 즐길 수 있다. 해당 장소를 찾아가면 스마트폰 화면에 포켓몬이 나타나고 이를 포획하는 방식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나이언틱랩스는 이날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간담회를 열어 한국 서비스의 정식 출시를 알렸다. 이날 방한한 데니스 황 아트총괄이사는 "우리에게 게임 선진국 한국은 매우 중요한 나라"라며 "한국 게이머들에게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영하 9도까지 떨어진 1월의 맹추위 때문일까. 오전 9시라는 이른 시간 탓일까. 강남역을 빠져나오면서 주변에서 포켓몬고를 플레이하는 게이머는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미 강남을 접수(?)하고 있었다. 포켓몬고 게임에는 지역별로 ‘체육관’이 있다. 잡은 포켓몬을 트레이닝한 뒤 체육관 관장에게 결투를 신청할 수 있다. 결투에서 이기면 해당 체육관은 플레이어의 것이 된다. 강남역 인근 체육관들에는 벌써 다른 한국 플레이어들의 닉네임이 새겨져 있었다.

처음으로 잡은 포켓몬 '꼬부기'와 꼬부기 관련 정보 화면. 꼬부기는 거북이를 형상화한 몬스터로 하늘색 피부와 동글동글 귀여운 외모가 특징이다. 그러나 능력치가 10밖에 되지 않아 향후 대결에서 질 확률이 높다./ 사진=이해인

강남역을 나선 지 1분이 채 안돼 포켓몬이 줄줄이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역에 도착한 지 5분도 넘지 않아 포켓몬 3마리를 잡았다. 강남역 지하상가에서도 포켓몬을 잡을 수 있었다. 그중에는 능력치가 62나 되는 '별가사리'도 있었다.


강남역에는 포켓몬을 잡는데 쓰는 포켓볼이나 포켓몬이 든 알을 획득할 수 있는 ‘포켓스톱’도 군데군데 위치했다. 포켓스톱에서 구한 알은 부화하면 포켓몬이 태어난다. 부화방법은 스마트폰을 들고 걷거나 뛰면 된다. 시속 30km 이하 일정 속도로 2~5km를 이동하면 알이 부화한다. 이 때문에 선출시 국가에서는 알 부화를 위해 좀비처럼 화면에만 눈을 고정한 채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종종 목격됐다.

정신없이 포켓몬을 잡다 보니 어느새 30분이 훌쩍 지났다. 귀여운 포켓몬과 수집하는 재미. 대결의 묘미까지. 맹추위도 잊게 하는 포켓몬이었다. 출시 110일 만에 1조원 넘는 매출을 올렸다는 이야기에 수긍이 갔다. 지난해 포켓몬고의 추정 매출은 9억5000만달러(약 1조1100억원)에 달한다. 현재까지 전세계에서 6억건 다운로드됐다.

다만 한국어 버전이 유행이 끝난 시점에 출시된 만큼 국내에서 얼마만큼 실적을 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선 “철 지난 '허니버터칩' 같다”는 말도 나온다. 한글과 영어를 혼용하는 등 미흡한 한글화 작업도 흥행의 걸림돌로 보인다. 포켓몬고의 한국 출시가 늦어진 이유로 데니스 황은 “포켓몬고의 폭발적인 반응을 예측하지 못했고, 한국 번역 서비스를 준비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구글 지도 데이터 반출 불허 탓에 게임 출시가 늦어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이에 대해 데니스 황 이사는 “구글 지도가 아닌 공공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활용했다”며 연관없음을 시사했다.

24일 한국에 출시된 포켓몬고는 아직까지 한국어와 영어가 혼용되는 등 한국어 변환 작업이 완료되지 않아 보였다. 닉네임은 한글을 사용할 수 조차 없다. 사진 왼쪽은 강남 아치 돔이 영어로 표기된 모습. 오른쪽은 캐릭터 생성 화면./ 사진=이해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