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금슬금 오르는 중소기업 부도율…은행권 긴장

국내외 경기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은행권의 중소기업 여신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업구조조정과 내수불황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며 은행마다 중소기업 여신에 돋보기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의 기업 차주 부도율은 지난해 11월 기준 3.53%로 2015년 1분기 3.49%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기업은행의 기업 차주 부도율은 2015년 4분기 3.39%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초부터 반등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의 기업 차주 부도율도 지난해 2분기 2.80%에서 지난해 말 2.89%까지 올랐다.


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1분기부터 오르기 시작한 부도율이 올해도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건설, 조선, 해운, 철강, 석유화학, 전자 등 취약업종 여신 23조671억원 가운데 요주의 이하 여신비율도 2015년말 4.18%에서 지난해 11월 기준 5.05%로 1%포인트 가량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영난에 직면한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의 유동성 문제를 보여주는 연체율도 상승 추세다. 국내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2015년말 0.73%에서 지난해 11월말 0.85%로 올라갔다.

은행들은 중소기업 부도율과 연체율이 동반 상승함에 따라 여신관리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 시장금리가 오르면 어려운 중소기업에 직격탄이 될 수 있어서다. 국내 경기 부진이 심해 당분간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국내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시장의 22%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은행은 최근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경우 948억원의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성이 낮긴 하지만 기준금리가 1.0%포인트 인상되면 3689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시중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은 “금리가 오르면 자금 마련이 힘든 중소기업이 가장 문제”라며 “당분간 국내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은 낮아 당장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금리 인상시 한계기업이 늘어날 수 있어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