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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문화계_성폭력'운동은 문화계 '미래'에 대한 경고"

[#문화계_성폭력, 그 후③] '해시태그 운동' 이후 무엇이 달라졌나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입력 : 2017.02.1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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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너도 (명예훼손 고소를) 조심하라."

문화예술계 성폭력 관련 기사를 쓴다고 했을 때, 영화계에서 일하는 한 지인은 이 말부터 건넸다. 가해자로 지목된 일부 영화인들이 폭로한 피해자는 물론이고 관련 이슈를 취재, 기사화 한 기자에게까지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고 했다. 사실을 적시해도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한다고 능사가 아니라는 거다.

지난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폭발한 성범죄 고발에서 영화계도 자유롭진 않다. 일부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계 관계자들은 "(남성 중심의) 카르텔이 쉽게 깨질 것 같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몇몇 제작자들은 영화 '걷기왕'처럼 촬영 전에 법정 의무교육인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겠다고 해요. 하지만 투자배급사 쪽에선 전혀 논의가 없죠. 일부 젊은 영화인·여성 영화인의 '유난'으로 보는 분위기도 상당합니다."

문단 혹은 출판계라고 다를까. 한 출판계 관계자는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을 역 고소하는 사태가 발생해도 그 사건에 대한 여론 자체가 없다. 관심이 없다"고 했다.

"논란이 됐던 시인들의 시집을 출판한 대형 출판사도 마찬가지예요. 일부 젊은 출판인들이야 관심은 있지만 윗분들은 도대체 이게 왜 이렇게까지 이슈가 되는지, 어느 정도 심각한 수준인지 아예 모르는 거죠."

놀랍지도 않다. 오랜 시간 동안 피해자의 목소리는 거의 언제나 소거돼왔다. 크게 소리치면 칠수록 '업계의 배신자'와 같은 낙인이 찍혔다. 특히 성범죄와 관련해선 더욱 그렇다. 그렇게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가라앉고, 묻히고,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다.

가해자는 남았다. 가해자의 행위를 용인, 묵인하는 이들과 함께다. 그렇게 성희롱도, 성폭력도 "그럴 수도 있는 일"로 여기는 구조는 단단해졌다. 앞에선 사과하고 뒤에서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있는 '배짱' 역시 이 같은 구조였기에 가능한 방법 아니었을까.

달라진 점은 하나 있다. 피해자들이 더 이상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 시작했단 거다. 문단계 성폭력 피해자들은 지난해 문학과지성사가 펴내는 문예지 '문학과 사회' 겨울호의 지면을 달라고 요구했다. '문예중앙' 겨울호에도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실렸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이야기한다. 더 이상 묵인하지 않고 바로잡겠다고. 계속 말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문화계_성폭력' 운동은 가해자들을 '마녀사냥' 식으로 단죄하거나 처벌하자는 의미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잘못됐는데 잘못인 줄 모르는' 기형적인 구조가 계속될 경우 문화예술계의 미래도 없다는 '경고'다.

이성미 시인은 '문예중앙'에서 "피해자들은 창작수업을 들으러 갔다가, 낭독회에 참석했다가, 문예창작과를 다니다가, 문학작품을 읽고 글을 쓰다가, 문학을 좋아해서 출판일을 하다가 피해자가 됐다"며 "피해자들이 한국 문학의 독자이고 창작자이고 편집자이며 다음 세대의 작가라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시와 소설과 산문을 써야 할 이들에게 고통스러운 고발문을 쓰게 한 처참한 현실에 대하여, 문학 제도권에 속해있고 그 제도를 유지해 온 사람들은 책임을 느껴야 한다. 지금 터져 나오고 있는 고통스러운 목소리에 응답하여 변화하지 않는다면 한국 문학에 미래는 없다"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이들에게 좋은 가이드라인이 있다. S출판사의 성폭력 사건을 폭로한 뒤, 같이 목소리를 내주겠다며 접근한 문인에게 또다시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 탁수정씨의 정리가 그것이다. 그가 '문학과 사회'에 기고했던 글을 인용한다. 문화예술계 종사자가 아니라고 해당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피해 호소인들의 '벼랑 끝으로 몰리는 삶'과 가해 지목자들의 '좁아지는 운신의 폭'을 감히 비교하지 말 것.

△피해 호소인들의 가능성을 가해 지목자들의 '단단한 현재'보다 소중하게 여길 것.

△피해 호소인들의 '경제적 타격'이 가해 지목자의 '어려워질 미래'보다 훨씬 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임을 인식할 것.

△가해 지목자가 받아낸 '혐의 없음' 판결을 피해 호소인에게 실제로 성폭력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말 것.

△피해자들을 어떤 형태로든 겁박하지 말 것. 특히 피해자들의 말을 막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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