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한화생명 사장 중징계 금감원장 전결, 바뀔 가능성 낮아

생명보험 3사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제재가 다음달 8일 열리는 금융위원회에서 뒤집힐지 관심이 쏠린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이하 제재심)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에 1개월~3개월 '일부 영업정지'를 내렸고, 삼성·한화생명 최고경영자(CEO)에는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제재심은 의결기구가 아니어서 중징계 사안은 금융위가 최종결정 해야 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금감원 제재수위가 금융위에서 뒤집힌 경우가 없지 않았다. 다만 보험회사 CEO에 대한 문책경고는 금감원장 전결 사안이라서 결과가 달라질 여지는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2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하지 않아 금감원 제재를 받은 생보 3사에 대한 최종 징계수위는 이르면 다음달 8일 열리는 금융위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매달 격주로 수요일마다 열린다. 금융위가 열리기 직전 주 금요일에 소위원회가 열려 금융위에 올릴 안건을 결정한다. 금감원이 제재조치안을 소위원회에 서둘러 제출하면 다음달 3일 소위원회가 열리고 8일 금융위가 열릴 수 있다. 다만 소위원회에서 자료부족 등으로 안건 부의를 미루면 2주 뒤인 15일에 자살보험금 제재안이 올라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금융위에 올라가는 제재조치는 회사에 대한 '일부 영업정지' 안건과 직원에 대한 '면직' 안건 등이다. 삼성·한화·교보생명은 금감원으로부터 재해사망보험 상품판매에 대해 각각 3개월, 2개월, 1개월의 영업정지 결정을 받았다.


임직원 제재 중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과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에 대한 '문책경고'는 진웅섭 금감원장 전결 사항이라서 금융위에 별도로 올라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진 원장이 제재 수위를 더 높여 업무 정지나 해임권고를 결정한다면 금융위에 올라가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장 전결로 김 사장과 차 사장의 문책경고가 확정되면 김 사장은 다음달 중순 열리는 주주총회 전까지가 임기가 된다. 차 사장은 내년 3월까지 임기를 마치고 연임을 할 수 없다.

일부 영업 조치와 관련, 금융위서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도 없지 않다. 2014년 KB금융 사태 때 임영록 KB금융 회장에 대해 최수현 전 금감원장이 '문책경고'를 내렸다. 보험사 사장에 대한 '문책경고'는 금감원장 전결 사항이지만 지주회사 회장에 대한 중징계는 금융위 안건으로 다뤄진다. 금융위는 임 회장에 대해 '3개월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 이 경우엔 징계수위가 더 높아진 사례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 제재심이 금융위에서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고 수위가 낮아지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임종룡 위원장, 정은보 부위원장, 진웅섭 금감원장, 김학균 상임위원, 손병두 상임위원, 정순섭 비상임위원, 장병화 한국은행 부총재, 곽범국 예금보헝공사 사장,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등 총 9명으로 구성되며 과반수가 출석하면 열리고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된다. 찬반 동률 시 위원장이 최종 결정을 내린다.

금융위에 참석하는 한 고위 관계자는 "자살보험금 제재안건이 올라오면 면밀히 들여다보고 신중히 결정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자살보험금 이슈가 금감원과 보험회사간 갈등으로 비화되자 금융위는 그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실제 제재심 위원인 김학수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전날 열린 금감원 제재심에 불참했다. 제재심 결정에 자칫 금융위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자살보험금 미지급 생보사에 대한 사회적인 여론이 싸늘한 만큼 금융위가 금감원 결정을 뒤집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금융위가 열리기 전 교보생명과 마찬가지로 추가 지급계획을 밝힐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추가지급 의사를 밝혀 '정상 참작'이 돼 '주의적 경고'의 경징계에 그쳤다.

금융위에서 제재심의 원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삼성·한화생명은 금융위를 상대로 행정소송까지 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소송까지 가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생보사 입장에서는 행정소송까지 하면서 감독기관인 금감원과 척을 지기에는 아무래도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