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영TV는 '한국 기업' 고발 안했다…中 태도 바뀔까

중국 관영 CCTV가 소비자의 날을 맞아 방영한 기업 고발 프로그램 '3.15 완후이'에서 당초 우려와 달리 한국 기업들의 고발은 한 건도 보이지 않았다.

중국 관영 CCTV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3·15 완후이’에서 한국 기업을 표적으로 한 고발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초 사드 제재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소비자의 날’을 맞아 방영하는 이 프로그램이 한국 기업을 희생양으로 삼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다. 그러나 이날 방영된 프로그램에서는 한국 기업이나 한국 제품 고발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일부에서는 한국 대통령 탄핵 이후 중국 정부가 사드 제재 수위를 조절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CCTV가 이날 밤 8시(현지시간)부터 2시간 동안 방영한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3·15 완후이’에서 롯데마트 등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 고발은 보이지 않았다. 삼성이나 현대차 같은 한국 기업들이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프로그램은 대신 가루비 등 일본 식품업체들의 불법 유통이나 미국 나이키의 소비자 사후 서비스 문제 등을 집중 고발했다. 동물 사육에 쓰이는 항생제나 시력 검사를 이유로 초등학생에게 부모 연락처를 수집하는 기업 행태도 비중있게 다뤘다.

베이징의 한 한국기업 관계자는 “3·15 완후이에서 한국 기업이 추가 고발 당하면 한국산 불매운동이나 반한 감정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는데 실제 고발이 없어 한숨 돌렸다”고 말했다.

◇中 정부, '사드 제재' 수위 조절 나설까


일부에서는 중국 정부가 사드 제재 수위를 다소 조절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사드 배치를 결정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한국 상황이 반영될 것이라는 진단도 들린다.

중국 내 자성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 관영언론은 “KFC나 일본음식의 불매운동을 한다고 해서 어떤 나라 경제가 쓰러진 적이 있느냐”며 신중론을 내놓고 있다. 한국 사드에는 미국이 중국을 감시하려는 목적이 큰데 “왜 미국산은 불매운동을 하지 않느냐”는 자성론도 나온다.

한국 기업 제재가 결과적으로 중국인이나 중국 기업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이날 완후이 고발에 포함되지 않은 것을 중국 정부의 태도 변화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이미 강한 제재, "한국 더 잃을 것 없다" 목소리도

이미 강도 높은 제재로 한국 기업들은 더 잃을 것이 없는 상황에서 양국 민심을 더 자극할 수 있는 완후이 고발 카드를 쓰지 않은 것이라는 분석도 들린다. 사드 부지 제공을 이유로 롯데마트는 중국 소방당국으로부터 집중 제재를 받으며 55개 매장이 1개월간 영업정지를 당했다. 특히 롯데 상품을 취급하지 않겠다는 애국심 마케팅이 불매운동과 맞물리며 롯데마트 사업은 곳곳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은 이날부터 한국 여행산업도 정조준하고 있다. 중국 여행사들이 이날을 시작으로 한국 여행상품 판매 중단을 본격화한 것이다. 단체여행은 물론 자유여행까지 판매 중단에 포함돼 항공편을 이용한 중국인 관광객은 사실상 ‘실종’ 사태를 맞을 수 있다. 세계 4대 크루즈 선사들도 속속 중국발 크루즈 여행상품에 한국 경유를 제외하고 나서 뱃길도 막힐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806만명인 중국인 관광객이 최소 절반 이상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