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반등했지만…내수경기는 여전히 차다

경기도 평택항 야적장에 수출을 기다리는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스1

올해 1분기 성장률이 0.9%로 시장 전망치를 웃돌면서 경기회복 기대감이 생겼다. 국내 주요 연구기관들도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올해 경기전망을 낙관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수출, 설비투자 증가로 기업 경기는 개선됐으나 국민 생활과 밀접한 내수 서비스업은 성장세는 오히려 꺾여서다.

◇ 제조업 반등, 내수 서비스업 침체=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는 전기대비 0.9% 성장했다. 직전 분기보다 0.4%포인트 개선됐고 시장 예상치인 0.7~0.8%보다 높게 나왔다. 지난해 2/4분기(0.9%) 이후 3분기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활동별 성장률은 △제조업 2.0% △건설업 4.0% △서비스업 0.1% △전기가수도사업 2.2% △농림어업 6.4%로 각각 집계됐다.

제조업 성장률은 2010년 4분기(2.2%) 이후 25분기 만에 가장 높았다. 반도체 등 주력제품 업황 호조로 관련 수출, 설비투자가 개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전년동기대비 수출 증가율은 3.7%, 설비투자 증가율은 14.3%로 각각 15분기, 26분기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규일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반도체, 기계류, 석유제품 등의 수출이 큰 폭 증가하면서 제조업 전반의 성장세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주택과 도로 등 인프라 건설이 동시에 늘어 건설업 성장률은 2015년 3분기(4.0%) 이후 6분기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내수와 직결된 서비스업 성장률은 2009년 1분기(0.0%) 이후 32분기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했다.

민간소비가 전기대비 0.4% 늘었지만 이는 주로 해외소비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식음료 등 비내구재와 여가·문화 관련 지출 등 국내 서비스업 소비는 오히려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GDP는 전기대비 1.2% 감소했다. 글로벌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4/4분기(-4.8%)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다. 문화 및 기타서비스업(-0.8%), 금융 및 보험업(-0.9%) 등 내수 관련 업종의 성장세도 꺾였다.

국내에서는 우려했던 ‘소비절벽’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경기침체로 국내 소비심리가 여전히 좋지 못한 데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영향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민간소비가 지표상 마이너스를 면한 이유는 해외여행객들의 소비가 늘어서다. 1분기 해외 서비스 지출(수입) 증가율은 4.8%로 2014년 2분기(5.0%) 이후 7분기 만에 가장 높았다.

한편 올해 1분기 국내총소득(GDI)는 전기대비 2.3% 증가했다. 전기 증가율(0.8%)보다 1.5%포인트 개선된 것으로 지난해 1/4분기(3.0%) 이후 4분기 만에 최대치다. 성장세가 회복됐고 국제유가가 올랐지만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주력 수출품 가격은 이보다 더 뛰면서 교역조건이 나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성장 기여도는 내수 1.8%포인트, 순수출 -0.7%포인트로 각각 집계됐다. 최근 수출 회복세에도 순수출 성장 기여도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유는 수출의 성장 기여도(0.8%포인트)보다 수입의 성장 기여도(1.5%포인트)가 더 높아서다.

그러나 아직 본격적인 경기회복 국면으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출 경기는 회복됐으나 내수 지표가 안 좋기 때문에 국민이 경기 회복을 체감할 수 없는 상태로 보인다”며 “수출과 내수가 디커플링되는 국면이 당분간 이어지면서 성장률이 크게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올 성장률 전망치 더 오를까…3%대 반등은 어려울 듯= 1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주요 기관들의 성장률 수정 전망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성장률만 놓고 본다면 3%대 성장률을 기록했던 2014년(3.3%)과 비슷하다.

정 국장은 “1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왔기 때문에 2~3분기 별다른 요인이 없이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산술적으로 연간 성장률에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지난 13일 발표한 4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6%로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는데 추가로 상향 조정할지 관심이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2.6%인 성장률 전망치를 더 높일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한국경제연구원(2.1%→2.5%), 한국개발연구원(2.4%→2.6%), LG경제연구원(2.2%→2.6%) 등 민간·국책 주요 연구기관들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는 추세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종전보다 0.1%포인트 높였다.

다만 올해 성장률이 3%대로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하반기 미국 금리인상와 국내 건설투자 둔화 등 경기 하방리스크가 많아서다. 중국 사드 영향, 북핵 리스크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경기부양책 등이 변수가 될 수 있지만 한은을 비롯한 대부분의 기관들은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세가 꺾일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