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열린 역세권 청년주택 기대반 우려반

@머니투데이 임종철 디자이너

문재인 대통령이 청년 주거정책 공약으로 내건 ‘역세권 청년주택’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새 정부는 민간투자를 유도해 청년층을 위한 공적 임대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자칫 고가 월세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따르면 새 정부는 청년층을 위한 임대주택으로 기존 행복주택 대신 ‘역세권 청년주택’ 20만가구 이상을 공급할 계획이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서울시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는 ‘역세권 2030 청년주택’의 사업모델과 유사한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의 ‘역세권 청년주택’은 서울 주요 역세권의 개발규제를 풀어 민간의 임대주택 개발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개발밀도가 낮은 역세권 인근 부지를 고밀도 개발이 가능한 땅으로 용도를 바꿔(종상향) 토지주의 사업성을 높여주는 것이다.
　
토지주는 종상향 혜택을 얻는 대가로 새로 짓는 공동주택 중 일부를 공공임대주택으로 기부채납한다. 나머지 민간 임대주택은 연 임대료 상승률이 제한되는 준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이 본격 추진된 후 현재까지 27개 사업장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중 삼각지역(1086가구) 충정로역(499가구) 합정역(973가구) 3곳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고 15개소는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서울시의 모델이 전국 주요 역세권으로 확대된다면 청년층을 위한 임대주택이 대거 확보될 전망이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대선캠프 정책특보로 있을 당시 임대주택 공약 브리핑에서 “그동안 행복주택은 입지, 주변 민원 등 문제로 실제 공급량은 1만~2만가구에 못미쳤다”며 “서울시의 청년주택을 전국으로 확대하면 보수적으로 잡아도 20만가구 이상 확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임대료다. 청년주택 중 기부채납분인 공공임대 물량은 시세의 60~80% 수준으로 공급이 가능하다. 하지만 나머지 민간 임대주택의 초기임대료는 가격을 강제할 근거가 약하다.
　
삼각지역 청년주택의 경우 신혼부부가 살 수 있는 44㎡(이하 전용면적)가 보증금 8200만원에 월임대료 79만원, 49㎡는 보증금 8500만원에 월임대료 84만원으로 책정됐다. 시는 이 가격이 주변 시세의 90% 미만이라고 설명했지만 사실 신혼부부가 감내하기엔 부담스럽다.
　
앞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역세권 2030 청년주택’은 박근혜정부의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복사판”이라며 “임대료 인하와 의무임대기간 확대 등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감시팀장은 “고가 월세 우려도 있지만 개발규제를 풀면 부동산값 폭등이나 난개발 문제도 발생한다”며 “오히려 청년층의 주거 불안정을 초래하지 않을지 염려된다”고 말했다.
　
보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청년 주거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현준 민달팽이유니온 사무처장은 “중요한 것은 공공영역에 지속가능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라며 “청년, 신혼부부 등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정책인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