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시장에서 보폭 넓히는 안방보험, "손해보험업 진출 검토"

중국 안방보험그룹(이하 안방보험)이 국내에서 생명보험사(이하 생보사)인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을 인수한 데 이어 손해보험업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안방보험은 한국과 중국의 시장금리 차이로 국내 생보사 대비 높은 자산운용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막강한 자본력까지 갖춰 수년 안에 국내 보험업계의 판도를 바꾸는 주역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포화상태 한국 보험시장에 투자 늘리는 이유=안방보험은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금융회사 가운데 가장 활발히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 3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문제로 한국과 중국의 갈등이 절정에 달했을 때도 국내에 유상증자 자금으로 7463억원이란 거액을 송금했다. 이를 포함해 지금까지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에 투입한 돈만 2조원에 육박한다.


골드만삭스은행, RBS(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 등 글로벌 은행이 줄줄이 폐업을 신청한 뒤 한국에서 짐을 싸고 독일 알리안츠그룹이 2021년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앞서 국내에서 철수한 것과 대비된다. 더구나 국내 보험시장은 국민 10명 중 8명이 가입했을 정도로 포화상태다.

이에 대해 안방보험 고위관계자는 “금융분야 투자는 시장이 안정적이고 성숙한 국가 위주로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한국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구가할 수 있는 데다 금융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 매력적”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금융회사는 시장성숙도는 떨어져도 고성장 국가 위주로 해외진출을 하지만 안방보험은 반대로 성장성이 다소 떨어져도 안정적인 국가를 중심으로 공략한다.

실제로 안방보험이 인수한 금융회사를 살펴보면 벨기에 피데아보험과 나겔마커스은행, 네덜란드 비바트보험 등 주로 선진국에 포진했다. 아시아권에선 한국을 비롯해 일본, 싱가포르, 태국 등에 진출했다. 모두 금융시장이 어느 정도 발전한 국가다. 특히 보험산업은 특성상 금융당국의 적절한 규제와 일정수준의 국민소득이 전제돼야 해외진출에 성공할 수 있다는 안방보험의 판단이 엿보인다.


안방보험은 한국과 중국간 자산운용 시너지도 클 것이라고 기대한다. 중국의 기준금리는 4.35%로 한국과 약 3%포인트 벌어졌다. 한국에서 자금을 조달해 중국시장에 투자하면 국내 다른 생보사 대비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국내 보험사들은 유례없는 저금리로 역마진 부담을 안고 있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실장은 “안방보험은 국내 다른 보험사와 달리 중국 투자에 대한 노하우가 있어 중국과 한국의 금리 차이를 이용해 자산운용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며 “다만 현지법인인 동양생명에서 조달한 자금을 중국 본사에서 직접 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는 장기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7분 안에 차보험금 지급, “한국 손보시장 진출 희망”=2015년 9월 안방보험에 인수된 동양생명은 지난해 2%대 후반의 고금리 일시납 저축성보험을 팔아 수입보험료를 1년 만에 2조원 넘게 불렸다. 1년 만에 수입보험료가 4조원에서 6조원대로 급성장해 경쟁사들을 긴장시킨 것. 안방보험 고위관계자는 “앞으로도 삼성생명, 한화생명보다 금리를 0.1%포인트 더 준다는 전략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방보험은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을 인수할 때 3년간 대주주를 변경하지 않기로 했다. 3년 안에 양사를 합병하거나 재매각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을 합병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양사가 합병하면 국내 생보사 5위권에 진입해 업계 판도가 바뀐다. 여기에 0.1%포인트 더 높은 금리로 접근하면 단기간에 시장점유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안방보험은 국내에 생보업으로 진출했지만 원래 출발은 손해보험업(이하 손보업)이다. 2004년에 설립된 안방손해보험은 자동차사고를 당한 계약자가 스마트폰으로 현장을 찍어 보험금을 청구하면 평균 17분 안에 지급한다. 국내 어느 손보사보다 빠른 지급시스템이다.

안방보험 고위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허가한다면 한국에서 손보업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는 의향을 밝혔다. 2021년 IFRS17이 도입되면 자본여력이 취약한 국내 중소형 손보사가 매물로 나올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 만큼 안방보험의 국내 손보업 진출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