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부활? "고용부 약칭, 노동부로 해라"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전체 공약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하나 꼽으면 노동시장의 안정화다.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는 등 사회적협약시스템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김연명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 위원장)

30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고용노동부 국정기획위 업무보고때 가장 많이 나온 말은 ‘노동 존중 사회’였다. 사회분과 자문위원들은 이날 고용부 업무보고를 받으며 관료들에게 “노동이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에서 ‘노동 존중 사회’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한 것과 맥락이 닿아 있다. 문 대통령은 노동자대표와 경영자대표, 대통령이 직접 참여하는 ‘한국형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이를 통해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고용·취업형태 다양화 대비를 위한 노동존중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논의가 오가는 가운데 한 자문위원은 “고용노동부의 약칭을 ‘고용부’가 아닌 ‘노동부’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부 약칭은 2010년 임태희 전 장관 때 노동부에서 고용노동부로 변경됐다. 1981년부터 29년간 써 온 노동부 대신 고용부를 택한 것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총괄부처’라는 의미가 있다. 당시 임 전 장관은 “고용노동부로의 전환은 노동부의 역할과 사명의 변화이자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기는 마찬가지만 국정기획위원회는 ‘노동’에도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사실 근로시간 단축, 칼퇴근법 등은 모두 노동을 존중하는 방법의 일환이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중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 ‘단결권 및 단체교섭 협약’ 등을 비준해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7년간 유지돼 온 고용부의 간판은 다시 노동부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적지 않은 셈이다.

고용부 업무보고에선 명칭에 관한 것 말고도 기획재정부의 2중대가 되지 말라는 자문위원의 당부도 있었다. 그간 기재부 그늘에 가렸지만 고용부가 제 몫을 하라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중심은 성장-고용-복지의 골든 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황금 삼각편대) 구축이다.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경제부처, 노동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고용노동부, 복지정책을 맡은 보건복지부가 중심이 돼 움직여야 한다.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도 고용은 늘 화두였지만, 예산과 부처 조정 역할을 맡은 기재부가 늘 일자리 대책을 주도했고 고용부는 왕왕 뒷전으로 밀렸다.

물론 일각에선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만들고, 대통령이 직접 일자리 상황판을 들여다보는 등 일자리를 확대하라면서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의 약칭을 노동부로 바꾸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혹은 고용 창출의 핵심 부서로 저변 넓히기를 기대했던 고용부가 노사관계 등 노동에 비중을 주고, 일자리 창출은 일자리위원회로 무게 중심이 쏠릴 것이란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