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에 속도내는 현대重, 상장사 주가 희비교차

현대중공업그룹이 지주사 전환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현대중공업을 3개 부문으로 분할한 데 이어 지주사 성격인 현대로보틱스와 자회사들의 지분 교환을 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예상보다 빠른 지주사 전환 작업에 현대중공업 그룹주가는 희비가 엇갈렸다.

13일 증시에서 현대로보틱스 (68,100원 ▼400 -0.58%)는 전일 대비 5.22% 하락한 주당 39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중공업 (134,500원 ▼3,200 -2.32%)에서 함께 독립한 현대일렉트릭 (250,000원 ▼6,000 -2.34%)과 현대건설기계 (55,500원 ▼1,800 -3.14%)도 각각 1.85%, 1.41% 빠지며 약세로 돌아섰다.


현대중공업 출신 사업회사 3곳의 약세는 전날 현대로보틱스가 장 마감 후 공시한 1조7000억원대 유상증자 결정 영향이다.

현대로보틱스는 12일 이사회를 열고 1조7693억원대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자회사인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주식을 현물출자 받고 새로 찍은 현대로보틱스 주식을 가격에 따라 제공하는 일종의 주식교환이다.

현대로보틱스의 주식교환 결정은 자회사에 대한 지분율 20% 이상을 유지하도록 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규정 때문이다. 현재 현대중공업 지주회사인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중공업 등 상장사 3곳의 지분을 13.37%씩 보유하고 있다.


행사 예정가격대로 유상증자 및 주식교환이 될 경우 현대로보틱스의 자회사 지분율은 27%대로 올라선다. 현대로보틱스의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지분율은 현재 10.15%에서 26.18%로 오를 전망이다.

지주사 요건 충족과 대주주의 안정적인 지배지분 확보 등 지배구조 개선 측면에선 긍정적이다. 아울러 배당확대 등 주주 친화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증권업계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날 증시에선 유상증자에 따른 주식가치 희석효과가 발생하고, 현대로보틱스 유상증자물량과 행사가격이 정해지지 않아 희석 정도를 가늠할 수 없는 불확실성 탓으로 현대로보틱스 등 사업회사 3곳의 주가는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820만주를 현물 출자해 주식교환 물량이 가장 많은 현대중공업과 순환 출자 고리의 중심에 있는 현대미포조선은 강세를 보였다. 전일 대비 각각 4.24%, 6.1% 상승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로보틱스를 중심으로 한 지주사 전환작업에 대한 기대와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현대로보틱스, 현대중공업 지분 처분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두 종목 모두 장중 52주 신고가를 다시 쓰며 강세를 보였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주주 참여 가능성이 높은 만큼 현대로보틱스의 주식가치 희석이 불가피하다"며 "대주주만 참여한다고 가정할 경우 유상증자시 현대로보틱스의 주식가치는 20% 이상 희석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현대중공업 주가에 따라 현대중공업 그룹 지배구조 개선작업의 향방이 갈릴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현대로보틱스와 일렉트릭의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