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되고, 부산은 안된다?…아리송한 公기관 지역인재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범위를 두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광역시와 도(道)를 하나로 묶으려던 정부 계획이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지자체별로 지역인재의 개념이 달라진 이유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거론한 ‘지역인재 채용할당제’가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선 지역인재 개념부터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지역인재를 권역별로 관리하는 곳은 대구·경북이 유일하다. 나머지 광역시와 도에 위치한 공공기관은 해당 광역시와 도별로 지역인재를 선발한다.

예컨대 대구에서 대학을 나온 사람은 경북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에도 지역인재로 선발된다. 하지만 부산에서 대학을 나왔다면 경남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에 우대 채용되지 않는다.

이 같은 상황은 다소 복잡한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다. 지역인재는 지방 혁신도시를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이다. 공공기관이 이전한 지역에서 학교를 다닌 구직자들을 우대해 지방분권과 국토의 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혁신도시법)은 “해당 기관이 이전하는 지역에 소재한 지방대학 또는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졸업예정인 사람을 우선 고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와 함께 “이전지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다른 지역에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우선 고용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해당지역에서 대학을 나온 대졸자와 고등학교까지만 다닌 고졸자가 지역인재의 대상이다.

하지만 지역인재 채용률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2013년 5%에 불과했던 지역인재 채용률은 2014년 10.2%, 2015년 12.4%, 2016년 13.3% 등을 기록했다. 조금씩 상승세를 보였지만 문 대통령이 목표로 제시한 30%와 거리가 멀다.

지역인재 채용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에서 제시한 카드가 권역별 지역인재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지역인재 채용과 관련해 대구·경북권과 호남권(광주, 전남, 전북)을 하나로 묶는 혁신도시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다.

국토부는 이 같은 내용으로 입법예고까지 했지만, 호남 내에서도 이해관계가 엇갈려 호남권은 최종적으로 제외됐다. 부산·울산·경남은 처음부터 경남의 반대로 권역별 지역인재 도입이 추진되지 않았다.

결국 현행 혁신도시법 시행령은 “(지역인재 채용을 위한) 이전지역의 범위는 해당 공공기관이 이전하는 지역이 속한 광역시·시 또는 특별자치도로 한다. 다만 대구와 경북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의 경우에는 하나의 권역으로 한다”로 정리됐다.

권역별 지역인재 선발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지역인재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공공기관도 제법 있다. 울산이 대표적이다. 7개의 공공기관이 이전한 울산에는 대학이 2개밖에 없다. 울산 공공기관의 지난해 지역인재 채용률은 7.3%에 그쳤다.

권역별 지역인재의 개념과 별개로 현행법에 규정된 지역인재도 현실을 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령 현행법상 경남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사람이 서울에서 대학을 나왔다면 경남의 지역인재가 되지 않는다. 일반적인 지역인재와는 개념이 다른 것이다.

정부는 이처럼 비정상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역인재 채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역인재를 30% 이상 채용하는 내용의 지역인재 채용할당제를 거론한 이후 범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지역인재 채용할당제를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지역인재의 개념부터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