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상한제 2년전 반대했었는데…국토부의 고민

@머니투데이 최헌정 디자이너

국토교통부가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새로 취임한 김현미 장관이 최우선 정책과제의 하나로 전월세상한제 등 도입을 강조했지만 국토부가 2년 전 임대료 급등 가능성을 근거로 이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5일 “공약 이행 차원에서 검토는 하고 있지만 아직 전월세상한제 등의 도입 여부나 시기, 방법 등은 확정된 것이 없다”며 “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추진 중인 업무도 현재는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한 도시재생뉴딜이나 철도공공성, 수도권 광역교통청 신설 등은 국토부가 테스크포스(TF)팀을 꾸려가면서 속도를 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우선 정책과제지만 국토부가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두 제도가 주택 임대차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근거는 국토부가 2년 전 연구용역으로 발주한 ‘민간임대주택시장에 대한 임대료 규제의 효과’란 보고서다.

한국주택학회가 수행한 이 연구는 2015년 19대 국회 당시 구성된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서민특위)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전·월세상한제 등을 도입하면 임대료가 급등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국토부가 반대하자 실제 임대료 상승 가능성이 있는지 연구를 통해 알아보자는 것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모두 도입할 경우 초기임대료(세입자가 처음 계약할 때 임대료)는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을 때보다 작게는 2.5%에서 크게는 11%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제도가 도입되면 집주인이 4년(계약갱신청구권 1회 행사 가정) 동안 임대료 인상을 제한받기 때문에 계약 초기에 임대료를 더 올려받을 수 있다는 결과였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제도 도입으로 인한 △임대주택 공급 감소 △전세의 월세 전환 가속화 △신규 세입자의 주거난 심화와 같은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경환 전 국토부 1차관은 2015년 12월 국회 서민특위에 이같은 내용을 보고하면서 "(기존 세입자 보호를 강화하면)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전·월세 수요자들이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연구에서) 시뮬레이션 한 것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임대료가 상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당시 여당(새누리당)의 완강한 반대로 결국 서민특위는 제도 도입에 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활동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2년 뒤 정권이 바뀌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공약으로 내 걸었다. 서민특위 위원으로 활동했던 김현미 의원은 국토부 장관이 됐다. 용역보고서를 근거로 반대한 국토부는 제도 도입 여부를 원점부터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국토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연구를 진행할 당시에는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던 시기였는데 최근에는 상승률이 다소 주춤해서 연구보고서의 예상만큼 초기임대료가 급등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필요한 경우 연구용역을 다시 실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현미 장관도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단계적 도입을 약속한 만큼 당장 정책 시행을 서두르기보다 신중히 관련 내용을 검토하면서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월세상한제 등은 집주인 지원책이나 공급위축 방지와 같은 보완책을 충분히 연구해야 한다”며 “정책 설계를 세밀하고 정교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