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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노동자를 불렀는데 사람들이 왔다

[웰빙에세이] 내 영혼의 문장들 -6 / 누구도 노동자만 수입할 순 없다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 소장 |입력 : 2017.07.18 09:30|조회 : 6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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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노동자를 불렀는데 사람들이 왔다
우리는 노동자를 불렀는데 사람들이 왔다.
- 막스 프리쉬

영화 <나의 가족 나의 도시>는 이런 말로 막을 내린다. 어찌 안 그럴까. 노동자도 다 인간인데. 그걸 자꾸 까먹으니까 노동자를 불렀는데 사람들이 오는 일이 생긴다.

1960년대 전후 재건 사업에 경기가 후근 달아오른 독일이 대대적인 노동자 수입에 나선다. 영화는 당시 독일로 일하러 간 한 터키 이민자의 가족사를 유머러스하게 그리고 있다. 우리의 주인공 후세인 일마즈. 낯선 나라 낯선 거리 낯선 사람들 속에서 빡세게 산 그는 이제 인생 황혼기다. 이주한 지 45년이 흘러 독일 시민권을 얻었고, 아들 셋 딸 하나에 손자 손녀까지 일가를 이뤘다.

그런 그가 갑자기 고향 마을에 집을 샀다며 다 같이 가족 여행을 가자고 한다. 독일 사람이 다 된 자식들은 구시렁거린다. 막내 손자 첸크는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묻는다. "우린 어느 나라 사람이야?" 엄마와 아빠가 동시에 답한다. 독일인 엄마는 "독일!" 터키인 아빠는 "터키!" 첸크가 다시 묻는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터키 사람인데 왜 여기 살아?" 이번엔 사촌 누나 캐넌이 답한다. "그게...독일이 불러서 왔지."

우리도 그때 독일에 노동자를 수출했다. 남자는 광부로, 여자는 간호사로 머나먼 이국 타향으로 날아가 독일과 인연을 맺었다. 독일은 한국에 대해서도 노동자를 불렀다. 우리도 다들 노동자로 갔다. 하지만 어느 나라도 일손이 달린다고 노동자만 수입할 순 없다. 어느 나라도 돈이 아쉽다고 노동자만 수출할 순 없다. 노동자도 다 인간이니까. 노동자이기에 앞서 인간이니까.

일마즈의 인생이 곧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의 인생이다. 1960,70년대 광부 8000여명과 간호사1만1000여명이 독일의 광산과 병원으로 돈 벌러 갔다. 그중 6000~7000여명 돌아와서 국내에 산다고 한다. 이런 분들이 남해의 한 귀퉁이에 만든 동네가 '독일마을'이다. 지난 봄 한려수도 푸른 바다를 따라 남해 바래길을 걸으며 그곳을 찾았다. 몹시 가난하고 배고프던 시절의 강을 건너 고국에서 다시 둥지를 튼 분들의 인생이 느껴져 가슴이 뭉클했다.

이제 세상이 바뀌어 우리도 노동자를 수입하는 나라가 됐다. 라인강의 기적을 한강의 기적으로 이어 받은 나라가 됐다. 그러나 우리도 노동자만 수입할 순 없다. 우리에게 오는 노동자도 우리와 똑 같은 인간이니까. 이제 배가 좀 부르다고 우리가 어려웠던 시절을 까맣게 잊어선 안 될 일이다. 요즘 유난히 그런 나라가 있다. 제 나라 식구들만 잘 먹고 잘 살자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놓고 이민자를 홀대하는 나라! 우리는 어떤가?

우리는 노동자를 불렀는데 사람들이 왔다
1970년 청계천 한 복판에서 한 청년 노동자가 자신의 몸을 불사르며 외친 그 말! "노동자도 인간이다!" 당연한 그 말을 우리는 자꾸 잊곤 한다. 그래서 노동자를 불렀는데 사람들이 오는 일이 생긴다. 하지만 노동자도 인간이다. 외국인 노동자도 인간이다. 그들이 바로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다. 독일로, 미국으로, 중동으로 돈 벌러 간 가족들이다. 우리는 모두 인간으로서 하나다. 또한 하나의 인간으로서 모두다. 우리는 저마다 모두를 품는다. 꽃잎 한 장이 태양을 머금고 티끌 한 알이 우주를 담듯! 영화에서는 이 말을 이렇게 내레이션 한다.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인지 묻자
지혜로운 사람이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우리 이전에 벌어진 모든 것이며
우리 이전에 일어난 모든 것이고
우리 눈앞에 벌어지는 모든 것,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이라고

우리는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 모든 사람이자 사물이며
역으로 그것에 우리 존재가 영향을 준 것으로
우리가 더는 존재하지 않을 때 일어나는 모든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우리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들이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7월 17일 (19:28)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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