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 요금제, 월2만원·1G내외…이통사 "관리형 요금제로 퇴행" 반발

21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김용규 교수(한양대)를 비롯한 패널들이 통신사업 진입규제 개선 및 보편요금제 도입 등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토론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의 중 하나인 보편요금제 개정안 초안이 발표된 가운데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과도한 요금 할인으로 사업 경쟁력을 잃을 수 밖에 없고 정부의 개입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1일 오후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진입규제 개선 및 보편요금제 관련 정책토론회'를 열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마련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초안을 공개했다.


보편요금제는 일정 수준의 요금으로 기본적인 음성·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다.

◇보편 요금제, 월 2만원에 데이터 1GB 내외=정부가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의 서비스 수준은 월 2만원에 음성 150~210분, 데이터는 900MB(메가바이트)~1.26GB(기가바이트)가 제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발표된 개정안 초안에는 지배적사업자인 SK텔레콤에 보편요금제를 신고토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보편요금제의 요금 수준이나 데이터, 음성 제공량 등은 고시를 통해 결정하되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 의견수렴을 거쳐 정기적으로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또 음성·데이터 제공량은 일반 이용자(무제한 요금자 제외) 평균 이용량의 50%~70% 수준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요금 결정은 선택약정할인이 적용돼 차감된 이용요금에서 시장평균 단위 요금 기준으로 환산한 요금대비 비율의 100%~200% 범위가 되도록 했다.

현재 일반이용자(무제한 요금제 제외)를 기준으로 음성 평균은 300분, 데이터 평균은 1.8BGB다. 이 같은 기준을 고려하면 현 시점에서 보편 요금제 기준은 월 2만원에 음성은 150~210분, 데이터는 900MB~1.26GB 선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미래부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지배적사업자에 적용되는 요금인가제를 신고제로 전환해 보편 요금제 이외의 요금은 자율경쟁이 이뤄지게 하고, 보편요금제의 직접 경쟁상대가 될 것으로 보이는 알뜰폰에는 도매가격 특례를 인정해 상품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통사 강하게 반발 "정부 권한 과도, 관리형 요금제로 퇴행"=당장 보편 요금제 도입으로 직격탄을 맞게 될 이동통신 업계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너무 과도한 통신비 가격 결정권을 갖게 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이상헌 SK텔레콤 상무는 "국민들이 적절한 요금과 적절한 제공량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건 공감하지만 통신 요금은 하나의 원인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라며 "정부에서 보편 요금제 기준을 정하면 이통사들의 요금제 라인업도 그 수준에 따라 다 바뀌는 만큼 관리형 요금제로 퇴행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충성 KT (34,500원 ▲400 +1.17%) 상무는 "보편 요금제 도입으로 서비스 제공량이 늘어나면 트래픽이 증가한다"며 "투자 필요성이 는다는 뜻이지만 이통사 수익은 급감하고 투자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반면 토론회에 참석한 학계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변정욱 국방대학교 교수는 "어차피 가계통신비 이슈를 외면하지 못할 거라면 보편 요금제는 한 번 쯤 해볼 만한 실험"이라고 말했다. 공진기 참여연대 실행위원은 "대선 공약이었던 기본료 폐지가 무산된건 아쉽지만 보편 요금제를 정부가 제시해 다행"이라고 밝혔다.

한편에서는 보편 요금제가 알뜰폰에 직격탄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객석 질문자로 마이크를 잡은 황성욱 알뜰통신사업자협회 부회장은 "보편 요금제와 같은 서비스를 이미 알뜰폰들이 하고 있는데 왜 알뜰폰에 관심을 전혀 갖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영수 미래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보편 요금제는 정부의 요금 규제 권한을 강화하려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며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를 거쳐 제도화 될 때 보편 요금제가 타당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간통신 규제, 허가제→등록제 완화…4이통 나오나= 이와 함께 이날 정부는 기간통신사업자 진입규제를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완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도 공개했다. 제4이동통신이나 IoT(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통신사 출현이 가능해 지는 것.

정부는 통신사업 진입규제와 관련해 두 가지 완화 방안을 제안했다. 먼저 기간통신사업 진입 규제 부분에서만 '허가제'를 '등록제'로 바꾸는 안이다. 기존처럼 설비 유무에 따른 규제를 하겠다는 의미다.

두 번째 방안은 기간통신과 별정통신 구분을 없애 설비 여부가 아닌 사업 규모에 따른 규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기간·별정사업 구분이 폐지된다. 그렇기 때문에 설비보유 여부에 따른 일률적 규제는 필요가 없어진다. 대신 사업 규모에 따른 규제기준 재정립이 필요하다.

기간통신사업자 진입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각계를 대표해 나온 토론회 패널들 대부분 큰 틀에서 동의를 나타냈다. 다만, 사업자가 등록이 난립할 수도 있는 만큼 이용자 보호 조치에 신경써야 한다는 의견이 제안됐다.

한편, 이날 정책 토론회에는 업계를 대표해 이상헌 SK텔레콤 상무와 김충성 KT 상무, 김규태 LG유플러스 (9,780원 ▲30 +0.31%) 상무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시민단체에서는 공진기 참여연대 실행위원·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정책국장·한석현 서울YMCA 팀장이, 학계에서는 김용규 한양대 교수·변정욱 국방대 교수·강병민 한양대 교수가, 미래부에서는 정창림 통신정책기획과장·전영수 통신이용제도과장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