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듯 특별한…족자 속 여인은 명성황후일까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다보성갤러리가 명성황후 초상화로 추정된다고 주장한 초상화. /사진=다보성갤러리

두건을 쓴 족자 속 여인은 명성황후(1851~1895)일까.

김종춘 다보성갤러리 대표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 수운회관에서 열린 '구한말·일제강점기 특별전' 기자간담회에서 "명성황후 초상화로 추정되는 작품을 비롯해 일제시대 독립운동가와 개화파, 친일파 및 조선통감·총독부 관료들의 비공개 묵적 등 300여 점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명성황후로 추정되는 작품은 가로 66.5cm, 세로 48.5cm 족자에 수묵·담채로 그려진 초상화다. 족자 속 여인은 평상복 차림이지만 자세히 보면 모란문, 부평초문, 삼엽문 등의 무늬가 그려져 있어 평민복이 아닌 고급 복식임을 알 수 있다. 왼손 장지에는 연초록빛 옥가락지를 꼈고, 적갈색의 당초문 의자는 당시 평민들이 갖기 힘든 양식 소파다.

김 대표는 초상화를 비롯한 미공개 작품 대부분을 지인인 국내 소장자로부터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4~5년 전에 이 작품의 존재를 알게 돼 이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적외선 촬영을 했다"며 "(촬영 결과) 고미술협회 쪽에서는 명성황후 초상화라는 확신을 갖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추정 단계"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명성황후로 명확히 알려진 초상화나 사진이 없어 사실 확인을 위해서는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와 고미술협회 측에서는 △명성황후 살해범으로 알려진 미우라 고로(三浦梧樓)의 글씨 작품과 같은 일본식 표구 족자라는 점 △당시 러시아 공사 보고서에 따르면 평상복 차림의 초상화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 △평상복이지만 평민복이 아닌 고급 복식이라는 점 △신이 고급 가죽신인데다 신코를 드러내고 그렸다는 점 △이승만대통령이 쓴 '독립정신(1910)'과 '한미사진미술관'의 명성황후 추정 사진 못지않는 분위기와 품위가 엿보인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한편 다보성갤러리 '구한말·일제강점기 특별전'은 오는 31일까지 개최된다. 명성황후 추정 초상화뿐만 아니라 손병희, 유길준, 윤봉길 등 독립운동가 15인의 묵적 27편과 영친왕 이은(李垠)과 이방자 부부의 작품도 있다. 이완용, 박제순 등 친일파 26인의 묵적 121편과 이토 히로부미 등 일제관료 11명의 작품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