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해외 진출, 카드 직접 발급 VS 지불·결제 대행

국내 카드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자 신용카드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한 것도 해외 진출을 서두르는 이유다. 다만 각 카드사들의 해외 진출 수익모델은 각양각색이라 어느 곳이 성공할지 주목된다.

◇해외에서 직접 카드 발급=신한카드는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에 현지법인 ‘신한인도파이낸스’를 설립하고 지난 2월초 ‘신한 하이캐쉬 카드’를 출시했다. 국내 카드사 최초로 해외 소비자를 대상으로 직접 카드를 발급해 수익을 내는 모델이다. 신한카드는 인도네시아 최대 유통그룹인 살림그룹과 제휴해 카드 회원을 직접 모집하고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2011년에 신한은행과 함께 베트남 시장에 나가 성공한 경험을 발판삼아 인도네시아 시장에는 단독으로 진출했다”며 “인도네시아는 전체 인구의 70%가 경제활동인구로 성장 가능성이 크고 내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을 기점으로 각종 인프라가 확충되면 소득수준이 크게 향상돼 카드 사용도 크게 늘 것”이라고 말했다.

KB국민카드는 신한카드와 반대로 금융산업이 발달한 미국 시장에 진출해 교포 대상으로 카드 발급을 모색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지난 6월 미국 최대의 한인은행인 ‘뱅크 오브 호프’와 업무협약을 맺고 교민이나 장기체류 내국인, 현지 고객을 대상으로 카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협상 과정에 있다.

◇카드 프로세싱 대행=BC카드는 지난해 인도네시아 만디리은행과 합작법인 ‘미뜨라 뜨란작시 인도네시아’(MTI)를 설립하고 연내 만디리은행의 카드 가맹점에 대한 거래 승인과 정산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신용카드 사업의 기본인 지불·결제 프로세싱 기술을 수출한 것이다. 카드 프로세싱을 대행하고 수수료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BC카드 관계자는 “지난해 3월부터 인도네시아에 신용카드 프로세싱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빠르면 올 하반기 중에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에서 30여년간 축적해온 BC카드의 신용카드 프로세싱 노하우와 국가 통신망 기간사업자인 대주주 KT의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을 바탕으로 내년부터 바로 흑자를 낼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KB국민카드도 지난 4월에 미국 최대 한인 가맹점 신용카드 매입사 ‘UMS’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공동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KB국민카드가 보유하고 있는 디지털 기술력과 금융 노하우를 UMS의 현지 가맹점 데이터와 결합해 신용카드 프로세싱 업무를 담당한다는 구상이다.

◇중국 결제회사와 동반 진출=하나카드는 이달 일본 내 독립법인을 세우고 일본 내 ‘위챗페이’ 결제에 대한 모바일 전표매입 대행업무를 시작한다. 중국 소비자가 일본 현지에서 위챗페이로 결제하면 하나카드가 결제대금을 먼저 지급하고 이후 위챗페이에서 해당 결제대금과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가맹점 모집 업무도 수행하게 된다.

위챗페이는 중국 텐센트의 모바일 결제회사로 현재 8억명 이상의 중국인이 이용하고 있다. 위챗페이는 지난해부터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시장을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 하나카드가 300여개 위챗페이 가맹점을 관리하는 것이 인연이 돼 함께 일본에 진출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카드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인데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들의 순익이 급감하고 있다”며 “해외 시장은 그나마 규제도 적고 금리도 높아 수익성 창출에 유리하다 보니 해외 진출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