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못먹고 150km씩 이동"…고달픈 집배원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전국우체국노조, 집배노조 등이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소공원에서 열린 전국우정노동자 총력결의대회를 마친 뒤 광화문우체국 앞에 사망 사고 등을 당한 집배원들을 추모하는 헌화를 진행했다./사진=뉴스1

"두렵다, 이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을 하라네. 사람 취급 안하네. 가족들 미안해."

광주의 한 우체국 직원이 이 같은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인력 부족으로 인한 집배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금 커지고 있다.

5일 전국우정노동조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사망한 집배원은 70여명으로 이중 1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올해만 12명의 집배원들이 돌연사·자살·분신 등으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집배원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869시간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 1766시간보다 1103시간 많다. 한국 평균 근로시간(2113시간)보다도 756시간 장기 근로를 하는 셈이다.

집배원 한 명당 담당 인구수는 2763명으로 일본(905명)보다 3배 이상 많고, 매일 배달하는 우편 물량만 해도 1000통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추석과 설 명절 등 특별소통기간에는 100시간 넘게 장시간 중노동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수 집배원들은 업무특성상 새벽 6~7시 출근하고, 저녁을 못 먹고 늦은밤 9시 넘어 퇴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실제 노동시간은 11~13시간이고 휴식은 15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과도한 우편 물량 때문에 끼니를 거르는 일도 다반사다. 전국우정노동조합 관계자는 "오전 11시 반에 산 동네를 배달하러 간 적이 있었는데 돌아와보니 오후 1시30분이었다. 점심시간을 놓치니 허기짐이 사라졌다"며 "집배원들의 가장 많은 직업병이 위장 장애"라고 말했다. 점심식사를 못하고 일하는 인원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이륜차로 하루 150km 이상 다니는 직종도 있는데 허리에 엄청 무리가 온다"며 "택배물량만 20~30kg인데 주유소가 없는 곳도 있어서 적재함에 휘발유까지 싣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집배원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을 연장근로 포함 주52간으로 단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려면 인력 충원이 필수적이다. 이에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 집배원들의 근무조건을 개선한다며 올해 282명을 증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우정노동조합 측은 역부족이라며 더 충원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