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볼모냐"…'휴업 한다·안한다' 한유총에 뿔난 학부모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소속 전국 지회장들이 17일 휴업 철회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사진=뉴스1

사립유치원들의 반복된 휴업 입장 번복에 학부모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이 최종적으로 17일 오후 국회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8일과 25~29일로 예정된 휴업을 철회한다고 밝혔지만 일부 강경파 유치원의 경우 휴업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어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한유총은 8일 사립유치원 누리과정 지원금 인상과 국·공립유치원 확대 중단을 요구하며 집단휴업을 최초 예고했다가 지난 15일 교육부 등과 합의했다며 휴업을 철회했다. 하지만 16일 새벽 협상이 결렬됐다며 휴업 강행을 발표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강력한 행정처분 예고와 학부모들의 여론 악화에 부담을 느낀 한유총은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16일 휴업 강행 발표는 강경파인 투쟁위원회 일부의 입장"이라며, 다시 휴업은 없다고 발표했다. 한유총은 전국 4200여개의 사립유치원 중 3500여개의 사립유치원이 모인 단체다.


주말내내 오락가락한 한유총 탓에 학부모들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 마음졸여야 했다. 6살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A씨는 "한유총의 최초 휴업 안내는 문자로 받았지만, 철회는 안내받지 못했다"며 "18일에 아이를 맡아줄 분을 구하느라 주말동안 동분서주했는데 철회 안내를 따로 해주지 않아 황당했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6살·3살 자녀를 둔 김가영씨(35)는 "이번 사태 이후 아이돌봄서비스를 신청하거나 차라리 돈을 더 주더라도 유치원이 아닌 어린이 학원에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휴업 강행과 철회를 몇번씩이나 반복하는건 아이와 부모를 볼모로 잡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한유총의 휴업을 이해하는 부모도 있었다. 7살 아이를 키우는 B씨는 "유치원으로부터 충분한 이해협조 공문을 받은데다가, 맞벌이 부부의 아이들은 오전·오후 조로 나눠서 봐주겠다고 대안책도 제시했다"며 "휴업을 하더라도 단 며칠 정도이니 사립유치원장들도 나름대로 고충이 있으려니 이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유총은 집단 휴업을 내세우며 정부에 △국공립 유치원 확대 정책 중단 △사립유치원 누리과정 지원금 인상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 개정 등을 요구했다. 한유총은 사립 유치원이 원비를 자유롭게 지출하고 수익금 일부를 시설 사용료로 가져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유치원에 대한 감사를 유예해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유총의 이번 휴업 발표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한유총의 휴업 논란으로 정부의 국공립 유치원 확대 정책을 지지하는 여론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16일 “유아교육의 국가책임 강화를 확고히 추진하겠다”며 “국공립 유치원 이용 아동 수를 현 25%에서 2022년까지 40%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