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에 저장된 데이터까지"…SAP, 빅데이터 통합 관리 시스템 '첫선'

/빌 맥더멋 SAP회장(사진 왼쪽), 이르판 칸 SAP 데이터베이스 데이터메니지머트 부문 글로벌 총괄 /사진제공=SAP

“우리는 빅데이터를 자주 얘기하지만 전 세계에 돌아다니는 데이터 가운데 사용량은 0.5%에 불과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지난 25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 SAP 허드슨 사무소에서 만난 빌 맥더멋 SAP 최고경영자(CEO)는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출처가 다양한 데이터를 한 곳에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맥더멋 CEO가 이날 공개한 ‘SAP 데이터 허브(SAP Data Hub)’는 저장방식에 관계 없이 파일, 클라우드, 소셜 등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데이터를 중앙 집중화해 분석해주는 시스템이다. SAP는 주력 솔루션인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과 함께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이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기업들의 필수 요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흩어진 데이터 쉽고 빠르게 분석…헬스·금융·영상 분야 주목=최근 SAP가 500여명의 IT업계 임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상당수 기업이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4%가 ‘현재 데이터 환경이 지나치게 복잡하다’고 답했고,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자도 86%에 달했다. 애로를 겪는 가장 큰 이유는 데이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고 있고 저장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

데이터 허브는 SAP 하나(HANA; DB관리시스템)에서 하둡, 아마존S3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저장된 데이터를 모아준다. 기업용 애플리케이션과 상호 연동돼 ERP 내 기업 정보뿐 아니라 외부에 있는 소셜미디어, 제품 관련 정보들까지 끌어모으는 플랫폼 역할을 해준다. 데이터 허브는 데이터 저장소의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이 데이터를 들고 특정 서버나 클라우드로 물리적인 이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 데이터 분석을 할 때에도 SAP 분석툴은 물론 구글의 머신러닝 소프트웨어 개발·공유 툴킷인 텐서플로우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적용할 수 있게 했다.

/SAP 뉴욕 레오나르도 이노베이션 센터 /사진제공=SAP

베른트 로이커트 SAP 제품 혁신담당 임원은 “많은 기업들이 찾는 것은 데이터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통합적이고 개방된 솔루션”이라며 “SAP 데이터 허브는 빅데이터와 엔터프라이즈 데이터 간 간극을 해소해 고객사가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허브는 일차적으로 영상, 문서와 같은 비정형 데이터를 많이 다루는 분야에서의 수요가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헬스케어가 대표적이다. 사고로 한쪽 눈을 실명한 맥더멋 CEO는 “병원에 가면 내 증상에 대해 세 명의 의사에게 말해야 하는데 반복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불필요한 데이터가 생성되고 이는 생산성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며 “데이터 허브는 정확한 데이터 분석이 필요한 영역에서 시간, 비용의 낭비 없이 분석할 수 있게 돕는다”고 설명했다.

◇기업용 SW 1위 노하우 집약…IoT 솔루션 ‘레오나르도’와 결합=데이터 허브는 헬스케어 뿐 아니라 금융, 사물인터넷 등에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르판 칸 SAP 데이터베이스·데이터매니지먼트 부문 글로벌 총괄은 “헬스 분야뿐 아니라 규제와 프라이버시, 거버넌스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금융 분야를 비롯해 기업간 자산이 결합이 중요한 인수합병(MA&A) 분야나 사물인터넷(IoT) 등에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SAP는 아리바, 컨터, 석세스팩터스 등을 인수하며 기존 ERP와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관리해 온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SAP는 데이터 허브를 올 초 출시한 IoT 솔루션인 ‘레오나르도’와도 접목할 계획이다. 레오나르도는 SAP가 45년 동안 25개 산업군에서 터득한 경험과 빅데이터 관리기법을 망라한 플랫폼이다. SAP는 고객과 함께하는 실험적 공간인 ‘SAP 레오나르도 이노베이션 센터’를 미국, 프랑스, 브라질 등 3개 나라에서 운영 중이다. 아시아에도 최소 2곳 이상의 레오나르도 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