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 쏜 지 4개월…지상파 UHD를 왜 볼 수 없을까

지상파 방송사들이 추석 연휴 기간 동안 UHD(초고선명) 다큐멘터리, 드라마 등을 편성했지만 대부분의 가구에서는 UHD 방송을 시청할 수 없다. 서울, 수도권 지역에 UHD 본방송을 개시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직접 수신이 가능한 가구가 드물고 유료방송을 통한 재송신도 이뤄지지 않아서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내년부터 전국 광역시와 강원도 평창 지역에서도 UHD 전파를 쏘게 되지만 재송신 협상은 시작할 계획조차 없는 상황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UHD 방송환경을 갖춘 가구는 전국에서 3만4000가구로 TV 수상기를 보유한 가구 가운데 0.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UHD 방송 표준인 미국식(ATSC 3.0)이 적용되는 TV는 올 3월부터 판매가 시작돼 현재까지 약 3만대가 판매됐고 기존에 판매됐던 유럽식 표준의 UHD TV는 별도의 셋톱박스를 갖춰야만 지상파 UHD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TV제조사를 통해 판매된 셋톱박스는 현재까지 약 3800여대가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UHD TV를 갖췄더라도 실내안테나가 있어야만 직접 수신이 가능해 실제 지상파 UHD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가구 수는 더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HD(고화질) 방송과 달리 유료방송을 통한 재송신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UHD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UHD 방송 도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재송신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했고 지상파방송사와 유료방송사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유료방송 측에서는 지상파 방송 직접 수신률이 낮은 국내 방송 환경을 고려할 때 아직은 지상파 재송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올림픽 등 스포츠 빅이벤트가 새로운 방송서비스가 자리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만큼 내년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유료방송 재송신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상파 방송사 측은 유료방송 재송신에 대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지상파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유료방송사와 재송신 협상은 커녕 내부적으로 유료방송 재송신 여부를 결정하지도 않은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UHD 방송을 재송신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지상파 UHD 방송으로 채택된 ATSC 3.0 기술 표준의 경우 IP(인터넷프로토콜) 신호를 통한 양방향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는 만큼 지상파 방송사들은 UHD 방송을 계기로 양방향, 다채널 방송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유료방송사가 주도해 온 방송플랫폼 서비스 경쟁에 뛰어들겠다는 것.

그러나 공영방송 파업 등의 사태로 지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UHD 양방향서비스는 지난 8월 실시될 예정이었지만 UHD TV의 낮은 보급률과 공영 방송 파업사태 등으로 연말로 미뤄졌다. 김성태 의원은 "이제 평창올림픽이 4달여 남은 시점이지만 지상파 방송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반쪽서비스로 평가절하될까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